◇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전국이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넥센 히어로즈 경기에서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관전 중이다. ⓒNews1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체육계에도 번지고 있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발생하고 감염자도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체육계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불특정 다수가 경기장에 모인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질병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이 주로 참가한다는 점에서 이번 메르스 관련 사태는 체육계에 악재다.
축구에서는 국제대회가 1주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취소(연기)되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가 나왔다. 대한축구협회와 수원컵조직위원회는 4일 "오는 10~14일 수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수원컨티넨탈컵 U-17 국제 청소년축구대회'(수원컵)를 메르스 때문에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미국, 나이지리아, 브라질 대표팀이 참가하며 이승우(17·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및 장결희(17·FC바르셀로나 후베닐B) 출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10월 열릴 FIFA U-17 월드컵 출전 전 전력 점검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회 개최지인 수원 일대에 메르스의 확산이 진행되는 데다 브라질 대표팀이 중동을 거쳐 입국하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회 개회일을 8월31일로 미루기로 했다.
시즌 관객 300만명을 넘어 순항 중인 프로야구 또한 메르스가 흥행에 암초로 작용했다.
KBO리그(1군리그) 경기가 열린 구장 평균 관중 수를 살피면, 금요일인 5일은 5265명(4개구장 총 2만1061명)이었고 토요일인 6일은 1만1504명(5개구장 총 5만7524명)이었다. 5일은 올해 평균 관중 수인 1만1174명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6일은 토요일임에도 평일을 포함한 평균 관중 수 정도에 불과했다.
LG도 시즌 최소 홈 관중(5일 SK-LG전 7640명)도 고전했만, 메르스의 초기 발생지로 꼽히는 평택과 가까운 수원은 여파가 크다. 2~4일 관중수가 각 3091명, 2208명, 2009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적은 숫자다.
KBO는 메르스 관련 대책에 대해 "전염병 등 국가적 사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추이를 본 뒤 지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전국이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경기는 평소보다 적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News1
예매관중 환불 문제가 없는 아마추어 경기는 대부분 연기 혹은 취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대학농구연맹은 경기도 지역에서 지난 4~5일 열릴 예정이던 대학농구리그 4경기(남자부·여자부 각 2경기)를 하반기 일정인 8월 이후로 연기했고, 대한궁도협회도 5~7일 경기도 이천 설봉정에서 노년부 등 9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를 예정이던 제12회 이천시장기 전국남녀궁도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오는 10∼13일 충북 제천 세명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리듬체조대회를 연기키로 결정했다. 다만 이 대회와 함께 열릴 예정인 아시아 리듬체조 선수권대회는 개최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라 당초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집단 생활하고 있는 선수촌을 운영하는 대한체육회도 걱정 정도는 다르지 않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태릉(360명)·진천(110명) 두 곳의 선수촌에서 모든 훈련이 정상 진행 중이다. 정부가 발표할 단계별 조치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강화할 것이며, 자가예방이 중요하기에 선수와 지도자에게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당장 개회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광주유니버시아드조직위원회도 메르스 확산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선수 등록자가 예상 대비 20% 가량 적은 115개국의 1만여명인 데다, 대회 참가 의사를 밝힌 141개국 1만3000여명 중에는 메르스가 처음 생긴 중동권 국가 선수 450여명(8개국)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회 조직위는 이미 두 번의 대응전략 회의를 열었고, 엔트리 확정 후 더욱 상세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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