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지속된 저유가 흐름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한 디젤 차량의 압도적 비중 속에 좀처럼 기를 못 피던 가솔린 차량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한국수입차협회(KAIDA)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디젤과 가솔린 차량의 비중은 각각 65.1%, 30.9%씩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디젤 비중은 2%포인트 감소, 가솔린은 2.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연간 누계 역시 디젤은 67.7%로 0.8%포인트 줄었지만 가솔린은 28.6%로 0.5%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디젤의 경우 지난 2월 70.6%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5.5%포인트 줄며 60%대 점유율로 되돌아온 반면 가솔린은 지난해부터 20%대에 머물던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렸다. 지난 4월 31.8%를 기록한 이후 두 달째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은 단연 디젤 차량이 주도해왔다. 지난 2012년 점유율 50.95%로 첫 역전에 성공한 디젤 차량은 이듬해 62.1%로 격차를 벌린 후, 지난해 67.8%까지 달아났다.
◇(자료=한국수입차협회)
이는 지난해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상위 10개 차종 가운데 6위를 차지한 렉서스 ES300h를 제외한 전 차종이 디젤 모델이었다. ES300h 마저도 순수 가솔린이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배럴당 105달러에 달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연초 4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소폭 회복한 현재도 50달러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를 통해 오는 11월까지 '하루 3000만배럴의 산유량 동결'이 결정되면서 당분간 저유가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반영됐다. 폭스바겐 골프 1.4TSI는 가솔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간 588대를 판매하며 전체 수입차 판매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4월의 379대와 비교하면 55%나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가솔린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와 BMW 528 역시 각각 374대와 266대를 판매하며 8위와 9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차량도 연초부터 꾸준한 판매 증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 상위 10개 차량에 이름을 올린 가솔린 모델들.(왼쪽부터) 폭스바겐 골프 1.4TSI, 포드 익스플로러, BMW 528(사진=각 사)
업계는 가솔린 차량의 선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부진했던 가솔린 차종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잘 갖춰진 디젤 라인업에 가솔린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추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디젤 모델 중심의 시장에서도 특유의 정숙성과 주행성능을 앞세워 꾸준히 판매를 이어온 가솔린 모델들이 제법 있었다"며 "최근의 저유가 흐름에 디젤 중심의 시장 판도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겠지만 가솔린 모델 판매에 호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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