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15주년 기념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역사적인 선언이다.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고,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나가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6·15 선언은 이제 재해석되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그 계기이다.
6·15 선언 때부터 노무현 정부가 끝나던 2008년 초까지 7년 반 동안, 국민들은 적어도 전쟁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2002년 연평해전으로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일회적인 불상사였다. 더 이상의 군사 충돌은 없었다. 대신 연평해전으로 뼈저리게 목도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2004년 서해상 우발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간 군사 연락채널을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6·15 선언을 토대로 추진된 많은 교류·협력 사업은 전쟁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북한의 남침 루트에 개성공단을 만들어 남·북의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많은 남쪽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북한 땅에 머무는 상황에서 전쟁은 일어날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돈독해지자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인 핵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은 남쪽의 말을 들었다. 2005년 북핵 해결 로드맵인 9·19 공동성명의 탄생 배경이다.
6·15 선언으로 대표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햇볕정책)에서 ‘세월호-메르스 시대’에 재조명돼야 하는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북한이라는 위험요소를 덜 위험하게 바꿈으로써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6·15 선언에서 비롯된 ‘화해’ ‘협력’ ‘평화’ ‘번영’ 같은 구호의 최우선 목적은 ‘안전’이었다.
그렇게 보면 6·15 선언을 그리 칭송할 것도 없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국민 안전이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이행한 것에 열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 일을 하라고 세금을 냈으니 말이다.
반대로 이런 주장도 성립한다. 6·15 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매우 강하고 근본적인 비판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그렇다. 두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는, 북한을 다시 위험요소로 만들어 국민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황준호 통일외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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