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2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2004년과 2006년, 2012년에 각각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뒤 네 번째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노씨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지난 2007년 말 특사 대상자로 선정될 당시의 정황을 집중 확인했다.
검찰은 노씨가 성 전 회장의 청탁으로 그를 특사 대상자에 포함시키기 위해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경남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노씨가 특사를 대가로 청탁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노씨에 대한 소환을 두고 성 전 회장 의혹 수사의 막바지 단계에서 전직 대통령의 가족을 무리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씨 역시 조사에서 "성 전 회장측의 접촉시도가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당시 청와대에서 특사 업무를 맡은 박성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한 과정에서도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다.
전해철, 이호철 등 전 참여정부 민정수석들에 대해서는 특사 대상자를 선정했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서면 답변서를 제출받는 정도에 그쳤다.
검찰은 특사 의혹에 대해 "꼭 확인해야 사항 생겨서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가 수사를 언급했지만, 노씨의 조사 이후에도 결정적인 단서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행담도 개발사업 비리 사건 당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며 이후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로부터 불과 한 달여 만인 그해 12월31일 특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한편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 대해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두 의원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일부 해외출장 일정을 취소한 후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당의 방침에 따라 당초 24일 오후 2시까지였던 소환에 불응했다.
이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 의원은 2013년 5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 직전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지난 2012년 5월15일 오전 경남 창원지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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