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인수를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약 5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강 전 사장에 대해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실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하베스트의 요구에 따라 정유 부문 계열사인 '날(NARL)'까지 포함한 전체를 인수했다.
당시 하베스트의 주당 가격은 캐나다달러로 7.3달러였지만, 석유공사는 10달러에 인수했으며, 검찰은 이에 대한 차액 5500억원 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영장 범죄 사실에 기재했다.
하베스트 인수는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임에도 적정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 없이 추진됐고, 자문사와 민간 전문가도 부정적 의견 제시했음에도 상류 부분인 하베스트와 하류 부분인 날까지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하베스트는 2009년 매출 급감에 영업손실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날'은 이미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상태였다.
당시 석유공사는 '날'을 최소 3133억원이 비싼 1조37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2014년 8월 미국 투자은행에 100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330억원을 회수한 것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이후 자체 손해 규모를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으며, 여기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하베스트에 채권 1700억원 지원과 함께 1조원 규모의 채무 지급보증을 한 상태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서 부실 검증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강 전 사장은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하베스트 요구대로 '날'까지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영상 판단을 주장하고, 메릴린치의 평가에 따라 손해가 날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날'에 대한 충분한 실사와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민간 기업이었으면 이렇게 절차를 진행해서 많은 자금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가 인수 직전 개인적으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얻은 혐의로 송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에 대해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검찰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고가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당시 포스코 M&A실장인 전모 상무가 정준양 전 회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었다는 단서를 포착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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