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허위·변조 입찰서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악용해 허위 입찰서류 제출로 발각됐다가 또 다시 허위·변조 입찰서로 새로운 입찰에 참여한 업체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감사원과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적개발원조 추진실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수은은 한국종합전기(사업실적 위조), 유신·삼보기술단(이상 허위경력 기재), 한국종합기술(허위사실 기재) 등에 대해 임의각서를 받는 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특히 유신의 경우 베트남 밤콩 교량건설사업에 사업총괄관리자(PM) 경력서류를 위·변조한 사실이 적발돼 2012년 2월 ‘6개월 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를 제출했음에도, 이후 로떼-락소이 고속도로건설사업에 또 다시 허위사실(PM 경력)을 기재했다가 적발됐다.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및 경협기금업무 취급세칙’에 의거, 수은은 입찰서 위·변조 기업이 적발되면 구매관리실무협의회의 심의회를 열고, 문제유발 기업으로 판단 시 해당 기업의 기금지원사업 참여를 금지하기 위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또 심의회에서 계약자의 뇌물 제공 등 부패 행위, 사실 왜곡 등 사기 행위, 부실시공 등 문제유발 행위가 확인되면 수은은 해당 입찰 참여자에 대해 확인일로부터 3년 이내의 기간 동안 기금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이 내용을 은행 홈페이지에도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수은은 심의회조차 열지 않았고 대신 유신 등 업체들로부터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 받았다.
홍 의원은 “허술한 입찰 관리는 국가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은이 기업들의 입찰을 제대로 관리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협력기금사업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개발 및 우리나라와 경제협력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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