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권단이 초강경모드로 전환하면서 그리스가 진전된 개혁안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채권단은 그리스에게 오는 1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정상회의 전까지 납득할만한 긴축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국민투표 이전보다 훨씬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 개혁안을 평가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태다.
만약 채권단을 설득시키는데 실패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중단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상 그리스에 들어가는 모든 유동성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최후총첩을 날린셈이다.
7일(현지시간)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원치 않지만 그리스의 태도에 따라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그렉시트 이후에 대한 세부 시나리오도 가지고 있다"며 "그리스는 감내하기 힘든 수준의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유로존 정상회담을 열고 그리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7일(현지시간)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는 새 협상안 없이 빈손으로 참석했다. 그리스 신임 장관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는 새 협상안의 골자를 구두로만 설명했다. 문제는 이전과 별 다르게 진전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이후 처음 열린 정상회의였던 만큼 기대가 컸던지라 실망도 컸다. 이에 회의 참석자들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언짢은 기색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투표 이후 협상을 즉각 재개해 이르면 48시간 내 결론을 내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주장과 달리 개혁안 제출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그만큼 그리스 내부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스 정부는 8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가 유럽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개혁안이 포함된 새로운 제안도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긴축 없이는 돈을 한 푼도 더 내줄 수 없다는 채권단의 강경론에 맞서야 하는 만큼 치프라스호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을 터. 국민투표 이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채권단과 타협점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다. 그리스는 오는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다급해진 그리스는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추가 긴축안을 내는 대신 부채 탕감을 강하게 요구하는 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채무를 탕감 받는다면 추가 긴축에 대해서도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무탕감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워낙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다만 그리스가 제시한 개혁안에 담긴 긴축의 강도가 채권단을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면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가능성도 존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 추가 긴축 의지 얼마나 보여줄까
그리스 측의 새로운 협상안은 지난달 30일 채권단에 제안했던 3차 구제금융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조건으로 유럽안정화기구(ESM)가 2년 동안 부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구조를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그리스의 긴축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따라서 당시 제안했던 내용에서 추가적인 긴축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면 독일을 비롯한 채권단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에 남으면서도 협상력을 키워 최대한 긴축조건을 완화하겠다는 'Better agreement within Eurozone' 전략을 공언하고 있어 오히려 긴축완화를 추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협상은 더 어려워지고 장기전으로 들어갈 공산이 커진다. 물론 그렉시트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게 된다.
한편 일부 채권단 사이에서도 이미 그리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12일 회의 결과에 대해 크게 낙관적인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현재 상황이 위태롭다고 판단해 추가 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의 채무 탕감 요구는 현재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번주 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그리스 파산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그리스의 개혁안이 불충분할 경우, 유로존 탈퇴 절차를 밟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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