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을 들으면서 왜 이란 핵협상은 되고 북한 핵협상은 안 되는지를 다시 생각해봤다. ‘북한과 이란은 다르니까’ 식으로 결국은 북한 탓을 하는 얘기들이 또 등장했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정말 다른 것은 미국의 태도였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와 달리 동맹국의 의견을 중시하는데 한국·일본이 핵협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국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의 온갖 방해를 뚫고 이란 핵협상을 타결시키는 장면을 보면, 그 설명은 틀린 것이었다. 미국에 문제 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북한 핵협상도 안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란핵과 북한핵을 대하는 미국의 의지는 왜 다른가. 중동과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로 볼 때 미국은 이란과의 36년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착한 이란’으로 빨리 바꿔야 미국에 유리하다. 미국이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시아파 강국 이란, 그리고 역시 시아파로서 이란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이라크의 협력이 긴요하다. 또 이란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도 가까워 시리아 내전 종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동북아에서 미국에 필요한 북한은 ‘나쁜 북한’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협박하는 나라로 남아 줘야 실은 중국 견제가 목적인 ‘아시아로 회귀’ 정책을 펼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 같은 최첨단 무기도 갖다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뒤에는 미국 군수기업-군-정치권 결탁체제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국이 의지를 갖고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설 이유는 없다. 중국의 부상이 계속되는 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북핵 상황이 악화돼 ‘나쁜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 데 따른 최대 피해자는 한국,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만 바라보지 말고 북핵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임기의 절반을 허비한 박근혜 정부가 역사에 남을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무엇보다 북핵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이 정부의 임기가 빨리 끝나고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머리에 이고 있는 핵무기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황준호 통일외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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