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드라이브가 강력한 반발 여론에 직면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주도했다가 국회 통과 2개월여 만에 사퇴한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수치만 볼 때는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이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7월1일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했다. 그에 따라 아베 내각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의 해외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해 지난 15일 중의원 특위와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였다.
이같은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반대 시위가 불붙었다. 15일 밤에는 집단 자위권 관련 시위 사상 가장 많은 6만여명이 국회의사당 주변에 모였다. <교도통신>이 17~18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를 보면 일반 여론도 크게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지지율 47.4%에서 10%P 가까이 떨어진 37.7%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6%를 기록했다. 아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를 넘긴 것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처음이다.
여당이 중의원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안을 처리한 것은 '좋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73.3%였던 반면 '좋았다'는 답은 21.4%에 그쳤다. 또 집단 자위권 법안을 9월 27일까지인 현 정기국회 회기 안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에는 68.2%가 반대했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5.1%P 높아진 수치다. 회기 내 통과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4.6%에 불과했다.
아베 내각은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어쨌든 이번 국회에서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계속되는 반대 시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과거 자위대 출범 당시 헌법학자의 8할 이상이 반대했고, 일·미 안보조약 개정 때도 지금의 몇배, 몇십 배의 시위가 있었다"고 답했다.
참의원도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에 대한 여론의 악화가 참의원 법안 심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55년 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주도한 아베의 외조부 기시 전 총리의 실각 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에는 주일미군에 대한 공격에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과, 일본의 안전과 극동의 평화를 위해 미군이 일본의 시설·구역을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 등이 개정 조약에 명기되어 논란이 커졌다. 2차 대전 패배의 결과로 주어진 이른바 ‘전후체제’ 탈피를 원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열망과 미국의 안보상 이해가 맞아 떨어져 안보조약 개정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아베 내각이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집단 자위권 법안을 밀어붙이는 현재의 상황과 닮았다.
그러나 야당과 학생운동 세력은 일본이 다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1960년 5월 기시 정권이 야당 의원들을 배제한 채 조약 개정안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자 시위의 불길은 더욱 번져갔다. 그런 가운데 시위대 중 사망자가 나오며 혼란이 극심해 지자 기시 내각은 7월 15일 결국 총사퇴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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