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장기안심주택의 보증금 기준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무이자 대출 등 정작 서민에게 필요한 혜택은 그대로 두면서 보증금 한도만 올려 공급 실적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장기안심주택 전세보증금 기준범위를 최고 3억3000만원(전용면적 85㎡이하)까지 상향조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신규·재계약 물량에 적용할 방침이다. 전용면적 60㎡이하 주택도 2억2000만원까지 보증금 한도가 확대된다.
자료/ 서울시
장기안심주택은 대상자로 선정된 무주택 서민이 원하는 전셋집이나 보증부 월세주택을 물색한 후 계약을 체결할 때 시가 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는 보증금 지원형과 15년 이상 노후주택에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시세의 70% 수준으로 최장 6년간 임대차계약을 맺어야 하는 리모델링 지원형으로 나뉜다.
지난 2012년 1392가구를 시작으로, 2013년 1581가구, 지난해 1026가구 등 3년 간 총 3999가구가 공급됐다. 올해에는 1500가구 공급을 목표, 지난 6월 말까지 564가구가 공급됐다.
하지만 전셋값이 상승함에 따라 서민들이 적합한 전세물건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 1년 만에 보증금 한도를 재조정한 것이다. 시는 지난해 전용면적 60㎡이하 주택은 1억8000만원, 85㎡이하는 2억5000만원까지 보증금 기준을 상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한도를 충족하는 주택이 비교적 선호도가 떨어지는 단독·다가구주택에 불과해 이번에는 아파트 전셋값 기준에 맞춰 보증금 한도를 상향시켰다. 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용면적 60㎡ 기준 2억2590만원, 85㎡ 3억3215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에게 필요한 금융 지원은 제자리다. 현재 장기안심주택에 제공되는 지원 혜택은 전세보증금의 30%,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보증금 지원형의 경우 시 산하 SH공사가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세입자와 다시 전세계약을 맺는 전대차 방식의 계약인 까닭에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어 1억원이 넘는 돈을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충당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이밖에 장기안심주택 자체를 물색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집주인들은 물론 중개업소조차도 장기안심주택이라면 꺼리고 본다는 게 세입자들의 토로다.
지난 6월 장기안심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A씨는 "9월까지 계약을 해야 하는데 중개업소마다 장기안심주택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가뜩이나 전세 구하기도 힘든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기안심주택 거주자는 "집주인은 싫어하고 중개업자들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집구하기 힘들었다"며 "과연 제대로 된 주거복지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SH공사는 세입자들의 장기안심주택 물색을 돕고자 장기안심주택 교육을 이수한 공인중개업소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업체 알선이라는 명목으로 비판을 받자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세입자들에게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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