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프선수가 수면내시경을 위해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뒤 사망한 사건에서 검찰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민사 법원은 의료과실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는 골프선수 최모(사망)씨 유족들이 A내과의원 원장 이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의료진들은 최씨 유족에게 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최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산소포화도 변화 등 임상 상태에 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이는 최씨 사망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의료진은 최씨 턱관절 구축이 심해 기관삽관에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치명적인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갑상연골절개술 등을 시행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의료진은 기관삽관 실패 후 최씨가 수면상태에서 깨기만을 바라면서 10분 이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정상적인 치료라도 프로포폴의 불가피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최씨와 같이 턱관절이 구축된 상태에선 기관삽입에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의료진에 대한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최씨는 지난 2013년 12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A내과의원에서 수면 내시경검사를 받기 위해 프로포폴 정맥주사를 맞고 무호흡 증상을 일으키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의료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씨에게 투여된 프로포폴의 용법 및 용량이 준수하다고 판단했고 응급처치도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최씨 턱관절에 대한 특이성을 이유로 의료진이 기도삽관을 실패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이들에게 응급처치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최씨 유족들은 의료진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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