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재선, 경남 김해을)이 3일 내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정계은퇴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고 당 최고위원직도 유지키로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믿고 뽑아 주신 시민여러분들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줄 알지만, 이 선택이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양심이자 도리”라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배인 스타의식과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다”면서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기서 다음 선거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 저를 뽑아 주신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도 진정한 실력과 깊이를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최소한 걸림돌이 되는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다”며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깊이를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불출마 선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없다. 제가 2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결단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았고, 오직 가족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또 “저를 지지하는 주변의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며 “제 스스로도 오래전부터 고민했고, 나 자신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차기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선 가부를 밝히지 않고 “철저히 저 자신부터 돌아보고, 미래에 걸맞은 실력과 깊이를 갖췄을 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김 최고위원은 2004년 42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위증 논란’으로 자진사퇴하는 아픔도 겪었다.
2011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을 보선에서 당선되면서 명예회복에 성공하고, 19대 총선에서도 승리해 재선 의원이 됐다. 지난해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당선돼 당 지도부에도 입성했다.
그러나 이후 김 최고위원은 정치력보다는 돌발행동으로 주목받았다. 전당대회 직후 ‘개헌 전도사’로 나섰지만 지난해 10월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을 이유로 돌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번복했다. 또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 찍어내기’ 정국에선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공개석상에서 연일 유 전 원내대표 자진사퇴를 압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