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여파로 국민연금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10일 국민연금의 주주권(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회계 장부를 열람하는 등의 적극적 주주권 도입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으로부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비공개 보고를 받고 “현재 자본시장법상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 참여시 단기차액반환 뿐만 아니라 빈번한 공시에 따른 포트폴리오 노출과 추격 매매 등으로 운용상 심각한 제약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규정돼 있는 주주권은 소극적 주주권과 적극적 주주권으로 나뉜다. 소극적 주주권에는 의결권 행사가 있으며, 적극적 주주권에는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감사인 선임 청구권 ▲이사 해임 청구권 ▲주주 대표 소송권 등이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극적 주주권인 의결권만 행사하고 있다.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상황과 목적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 6개월 이내 5~10% 단기차액이 발생했을 때에는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경영참가 또는 지배권 취득의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자’로 예외가 인정, 특례조항을 적용받고 있다. 때문에 이를 일부 개정해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에서는 국민연금이 법률상 제약 때문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어렵더라도, 소극적 주주권이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도 황제경영 등 재벌내부의 불법적인 일로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안 보도록 필요한 최대한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극적 주주권과 적극적 주주권 기준이 조금 애매하다.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 국민연금이 소극적 주주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대해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대표도 김 정책위의장의 보고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미래가 달린 연기금 운영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사고로 전환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이 투자된 기업들이 황제경영 등으로 사회 통념상 잘못 운영되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이 자꾸 적극적으로 간섭하고 지적하고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며 “그런 걸 그동안 전혀 안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게 되면 다른 제재가 따른다고 한다”며 “소극적 주주권 행사 범위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소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당 내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확대할 경우 국민연금공단 내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게 된다”며 “이것은 정부나 정치권이 기금운용 통제를 통해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의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측은 “롯데의 재무적 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의) 투자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태의 진행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롯데그룹 경영진 면담 등으로 현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향후 주주 및 시장과 소통을 확대해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홍완선(오른쪽 두번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장이 10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실에서 김정훈(왼쪽 두번째) 정책위의장에게 기금운영 보고를 하기 전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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