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부근 쪽방촌 거주민 A(45)씨는 지난해 10월9일 오후 4시경 같은 동네 주민 B씨와 함께 서울역 광장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C씨를 알게 됐다. C씨가 대뜸 "나는 부산시 의원인데, 당신들은 고향이 어디냐"며 먼저 말을 걸은 것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몇 차례 오간 다음이었다. A씨와 B씨는 C씨에게 "시의원님이시면 저희들 고기 좀 사주세요, 배가 고픕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C씨는 그 자리서 흔쾌히 자신이 고기와 술값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C씨가 이들을 데려간 곳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근처 한 고깃집이었다. 몇순배가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C씨가 "돈을 좀 찾아야겠다, 어디에 현금 출금기가 있나"고 묻자 B씨는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다"며 인근 한 편의점 현금자동지급기로 C씨를 안내하기로 했다. A씨는 자리에 남았다.
B씨를 따라 현금자동지급기 앞에 선 C씨는 만취한 상태로 현금 인출에 애를 먹었다. 결국 B씨에게 "아, 내가 술을 너무 먹었나보다, 비밀번호가 ****이니 네가 인출을 해라"며 자신의 현금카드를 건넸다.
C씨와 돈을 찾고 고깃집으로 되돌아온 B씨는 "C씨의 현금카드를 가지고 있다, 비밀번호도 안다"며 살며시 A씨에게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나한테 현금카드를 주고 비밀번호도 알려 달라, 내가 책임지겠다"며 B씨로부터 C씨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았다. 이어 B씨를 근처 은행으로 데려가 자신이 직접 현금 100만원씩 두 차례 인출, 총 200만원을 챙겼다.
이후 A씨와 B씨는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B씨는 첫 공판기일에 참석한 뒤에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허정룡 판사는 "A씨는 B씨와 공모해, 권한 없이 C씨의 현금카드정보를 현금자동지급기에 입력해 정보처리 하게 하고 C씨의 현금 200만원을 인출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며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한편 부산광역시청에 문의한 결과, 자신을 부산시의원으로 소개한 C씨는 시의원을 사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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