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선두주자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최근 중국 증시 급락과 맞물려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중국 주식 비중을 10%까지 줄일 것을 권고하는 등 위험관리 모드에 돌입한 반면, 유안타증권은 서명석 사장이 직접 긍정적 시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다시 중국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두 증권사의 대조적 대응방안을 놓고 증권가에서도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 증시 변동성이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지수 향방에 따른 국내 후강퉁 분야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편집자)
사진=뉴시스
중국 후강퉁 문이 열리면서 최대 수혜를 본 국내 증권사를 꼽자면 단연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작년 11월17일 후강퉁 제도 시행 이전부터 팀을 꾸려 중국 시장을 분석하는 등 초기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후강퉁 시행 이후에는 대외적 홍보에 적극 나서진 않았지만, 리서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영업의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프라이빗뱅커(PB)를 포함한 삼성증권 직원들을 중국 현지로 보내 교육시키고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게 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에게 현지의 생생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중국 본토 최대증권사인 중신증권(CITIC)과도 지난 3월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시장 정보를 PB에 제공하는 차이나데스크는 지난 3월 차이나센터로 확대 개편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삼성증권은 결국 후강퉁 부문에서 국내 거래 실적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선두 입지를 굳혔고, 올해 1분기 해외주식거래 중개수수료 이익(102억원)이 1년 전 같은 기간(4억원)보다 25배 넘게 뛰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후강퉁 관련 수입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중국 증시 급락으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분기 후강퉁 관련 수익이 수탁수수료 대비 약 17%, 순영업수익 대비로는 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만해도 600억원대이던 삼성증권의 1일 평균 후강퉁 거래대금은 7월 들어 3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업계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삼성증권 거래가 줄어들면서 국내 투자자의 전체 후강퉁 거래 실적도 급감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후강퉁 시행 이후 첫 5개월간(작년 11월17일~올해 4월23일) 1조2715억원의 순매수를 보였지만, 최근 3개월(4월24일~7월16일) 동안은 53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시장 과열 위험을 고려한 삼성증권은 지난 4월부터 중국 투자와 관련해 위험관리 모드로 돌입했다. 지난 4월20일 고객들에게 전체 자산의 30%에서 20% 이내로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안내한데 이어 7월 들어 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되자 20%에서 10%로 중국 주식 자산편입 추천 비중을 재차 낮춘 것. 삼성증권이 지난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이러한 내용을 담아 고객에게 보낸 문자 전송 횟수는 무려 11번에 달하기도 한다.
앞서 삼성그룹도 중국 중신증권의 조언을 반영해 중국 증시와 관련된 투자자보호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삼성증권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펑원셩 중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지난 5월 말 삼성증권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향후 중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상하이종합지수는 4900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펑 센터장은 과잉투기,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을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중국 증시의 추가 상승 여지는 많지 않아보인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90% 넘는 랠리를 보이다 6월부터 두 달간 21% 넘게 급락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후강퉁이 시작되면서 중국 증시가 과열됨에 따라 4월 말부터 고객들에게 안내를 드려왔다"며 "임원부터 고객을 직접 만나는 PB까지 여러 회사 관계자들이 중국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고객들에게 고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변동성이 크다고 안내하는 부분에 대해 대부분의 고객들은 의견을 같이 하고 중국 주식 비중을 줄였다"며 "고객들의 주식 잔고는 줄었지만 위안화 예수금은 큰 변동이 없다"고 덧붙였다. 후강퉁 거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들의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의 중장기적 성장성만은 삼성증권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이달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증시 반등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한층 덜어줬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하이 증시가 단기 30%에 달하는 가격조정을 통해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인 평균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 14배 이하로 하락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되돌릴 수 있는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상하이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 부담 감소 ▲변동성 축소 ▲경기지표의 회복 등 세 가지 기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특히, 신용 레버리지의 추가적인 조정과 기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일단락되는 시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2% 이하로 축소되거나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 추세가 일단락되는 것이 증시 조정을 마무리 짓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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