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가 갖는 이미지는 '덩치 크고 힘 좋은 친구'다. 시장을 장악 중인 독일 브랜드가 유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면, 미국 브랜드에는 단단한 차체와 남성적 디자인을 품은 파워풀한 주행 성능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캐딜락의 ATS 쿠페는 '독일차보다 더 독일차스럽다'라는 세간의 평가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미국 가솔린 차량 특유의 폭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딜가도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감성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독일차를 잡겠다!'까지의 포부는 아니지만, 비교에 있어 결코 밀리지 않을만큼의 매력은 충분해 보였다.
◇캐딜락 ATS 쿠페 외관(사진=캐딜락)
외관은 일단 눈에 확 들어온다. 기존 입고있던 월계관을 벗은 엠블럼과 동급 대비 우람하게 느껴지는 차체가 적용됐다. 과감하게 치켜 올린 라인이나 팽팽한 휠 하우스 등 캐딜락 특유의 각진 디자인에 세단 기반이지만 보다 공기 역학적 비율을 적용한 날렵한 차체를 보니 고속주행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전체적 라인을 따라 후면에 위치한 큼직한 머플러 역시 한눈에 봐도 '잘 달릴것 같다'는 듬직함이 느껴졌다. 한 층 낮아진 루프라인과 확장된 트레드도 디자인 측면의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행시에도 안정된 핸들링을 제공하는 요소다.
차량 내부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확실히 시트 포지션이 낮다는 점이다. 쿠페는 쿠페다. 그렇다고 역동성만 강조하진 않았다. 스티칭이 적용된 천연가죽에 우드 및 알루미뉴 등의 고급소재가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는 충분한 고급스러움을 준다.
◇ATS 쿠페 운전석 모습. 낮은 시트 포지션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사진=정기종 기자)
계기판 중앙에 적용된 5.7인치 LCD창은 총 3개의 창에 속도와 타이어 압력과 같은 차량정보는 물론 휴대전화, 오디오 등의 정보를 설정대로 표시할 수 있어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계기판에 3개로 분할된 화면에 뜨는 정보는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사진=정기종 기자)
내비게이션도 합격점을 주고싶다. 최근 한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여타 수입차들의 내비게이션과 달리 정확하고 친절해졌다. 내비를 비롯해 다른 기능들을 설정하기 위해 센터페시아를 터치했을 때 느껴지는 약한 진동은 익숙함의 문제일 뿐, 전체적 조작에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다.
◇수입차 치고는 정확하고 높은 시인성을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터치시 지문이 다소 많이 남는 부분은 아쉽다.(사진=정기종 기자)
쿠페 모델이다 보니 뒷좌석이 넓을 리는 없다. 세단형에서도 뒷좌석 공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모델인 만큼 쿠페형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쿠페 모델임을 감안하고 애초에 뒷좌석 동승자를 배제하면 공간활용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시동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 2.0리터 4기통 직분사 터보엔진에 최고출력 272마력, 3000~4500rpm 사이에서 40.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ATS 쿠페의 힘은 확실히 경쟁 차종으로 내건 독일산 준중현 세단이 넘 볼 수준은 아니다.
동급 최강이라는 가속력이 무색하지 않게 밟는대로 치고 나간다. 코너에서도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낮은 차제로 미끄러지듯 안정된 코너링을 발휘한다. 캐딜락이 "ATS 쿠페는 캐딜락 제품 라인업 중 가장 민첩하고 경쾌한 움직임을 지닌 모델"이라고 공언한 자신감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다.
달리는 재미를 충분히 주는 차인만큼 연비는 썩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9.9㎞/ℓ(고속 12.3, 도심 8.6)다. 약 90km의 시승구간을 에어컨을 풀가동한 상태로 주행하며 측정한 연비는 8.2km㎞/ℓ였다.
너무 신을 내며 달리다 사고의 위험을 막을 수 있도록 추돌위험시 경보음과 함께 전방 유리에 점등과 시트에 진동으로 경고를 해주는 부분은 5000만원대 수입 쿠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은 갖췄다는 인상을 준다.
캐딜락은 ATS 쿠페 외에 세단 모델인 ATS와 CTS, SUV 모델인 SRX까지 4종의 차량만을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연초 GM이 오는 2020년까지 8개의 신차를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라인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독일 브랜드에 비해 라인업 경쟁력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한 판매량만으로 현재의 캐딜락을, 그리고 ATS 쿠페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장기적 안목에서 '결코 독일차에 뒤지지 않는 미국차'라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가치는 충분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대로 한폭판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던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과 엠블럼을 거리에서 보다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캐딜락)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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