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로 수출업종과 내수업종 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자동차·석유화학 등 수출 중심 업종은 상황을 반기는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은 우울한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에게 원·달러 환율 상승은 호재다. 다만, 아직까지 이로 인한 성장세를 기대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환율 인상 외에 다른 대외 여건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올랐지만 대외여건이 좋지 않고 신흥국들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엔저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4시간 모니터링을 가동하는 등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012330)도 "원·달러 환율 인상은 자동차 업체들이 호재를 맞는 것이어서 부품업체의 판매도 늘어나는 것은 맞다"면서도 "환율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가 미국·중국·북한 리스크의 영향으로 1870선까지 밀리며 장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00선을 돌파했다. 사진/ 뉴시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아직까지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환율변동과 그에 따른 영향을 주의 깊게 살피는 가운데 변동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출 주도인 국내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달러 강세를 특별히 더 신경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정유·화학은 환율 상승을 반기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업계에는 긍정적"이라며 "달러 강세로 인한 원유 도입 가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철강은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저가 수입재 공세로 내수 시장이 잠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비용 증가로 인한 국산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는 매출원가 중 원재료 비중이 30% 정도, 전기로는 50%에 육박한다"면서 "달러 강세로 원재료 수입 가격이 높아지면 그만큼 철강사의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업은 수출 비중이 낮아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거의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출 증가로 인한 헷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기·전자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가 평가 절하된다 해도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역시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며 "특히 거래 시 지역통화를 많이 사용하는 데다 현지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에서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수출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단기적인 이슈로 변동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임애신·최승근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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