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흔히 용역근로자로 표현되는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파견 노동자와 유사한 근로행태를 띠지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계약기간에 한해 원청업체가 고용주인 파견과 달리 사내하도급은 고용·관리 책임이 도급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등 파견이 금지된 업종은 물론,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에서도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내하도급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사내하도급의 가장 큰 폐해는 도급업체 교체를 빙자한 직접고용 회피와 일방적 해고다. 하청 노동자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2년이 되기 전에 원청업체와 도급업체 간 계약이 종료되면 다른 도급업체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거나 직장을 떠나야 한다. 이 경우 원청업체는 도급업체를 바꿔가며 같은 노동자를 계속 사용해도 직접고용 의무를 지지 않는다.
문제는 노동자로서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통해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지침이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상당수 사업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발표한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대책도 법률이 아닌 지침 개정에 해당한다. 그 내용도 사내하도급 규제보다는 세제해택 등으로 하청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야권에서는 법률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야권은 당초 사내하도급을 합법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반대했으나,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일률적인 금지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내하도급의 범위를 제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권 관계자는 “지침이라는 것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다. 기존에 정부가 내놓은 지침도 현장에서는 하나도 안 지켜지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권을 주고, 도급업체 교체 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국제인권위원회 앞에서 장그래살리기 집회 참가자들이 간접고용 및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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