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1130조원을 넘어서며 급증하는 가운데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부머의 창업확대로 사실상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고있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29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20조4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늘어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5조3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가장 크게 늘었던 2007년 연간 증가액 19조8000억원 기록을 8개월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3조7000억원으로 2005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저금리 여파와 생계형 창업 증가, 업황 부진 등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에서도 메르스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융자 지원도 늘려 특히 7월에 개인사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된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생계자금 목적의 대출로 이용될 수 있어 가계빚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자 소득이 경기 부진으로 감소하면 채무부담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영세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 저하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체계 정비 등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자영업 진출이 늘어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커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의 파산과 폐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한 통계나 가계금융조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정확한 현황 분석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영세 자영업자의 현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확충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개인사업자(자영업) 창업은 949만개였는데 이 중 793만개가 폐업했다. 단순 계산하면 자영업 생존율이 16.4%에 불과하다. 창업 6개중 1개만 살아남은 셈이다.
연도별 자영업 창업자 수를 보면 금융위기 직전·직후인 2007년(106만개), 2008년(101만개)에 100만개가 넘어 가장 많았고, 2004년 이후 해마다 80만개 이상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빚이 1130조원을 넘어서며 급증하는 가운데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에만 8월까지 20조4000억원 늘어났다. 사진/뉴시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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