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의 경매 낙찰가율이 큰폭 추락하고, 거래량과 가격 상승도 주춤해지면서 지방발 '부동산 버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게다가 올들어 발생한 시중은행 기준 지방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수도권의 7배 가까이 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14일 KB국민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지방시장을 선도하는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1년 20.2%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2014년 연평균 3.2% 상승에 그쳤다. 올해 8월까지 4.4%로 오름세가 소폭 확대됐지만 3년째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인 대구를 제외할 경우 2.8%로 낮아진다. 전남과 세종은 이미 각각 0.5%씩 하락했다.
지방 시장의 침체 징후는 시장 선행지표 중 하나인 경매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8월 지방의 부동산 경매 낙찰가율은 60.4%로, 지난해 같은달 68.0% 대비 7.5%p나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 수도권은 69.7%에서 73.0%로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수요자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올해 1~7월 지방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1498억원으로, 수도권 9133억원보다 무려 6.7배나 많았다. 주택금융공사의 기금 대출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단순 비교만 해도 주택시장 규모가 수도권보다 작은 지방의 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지방 5대 광역시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억2111만원으로, 수도권 평균가인 3억5750만원보다 1억원이나 싸다. 때문에 같은 대출규모 기준, 시중은행 자금을 빌린 가구수가 수도권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다.
지존 주택거래 규모도 수도권에 미치지 못한다. 올 1~8월 수도권에서 41만6944건이 거래되는 동안 지방에서는 39만8637가구가 매매 신고됐다. 수도권이 지난해보다 47.1%나 거래가 늘었지만, 지방은 16.1%에 그쳤다. 부동산침체기 수도권에서 집중 양산됐던 하우스푸어 사태가 지방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지방도 주택담보대출 심사와 기준이 강화돼 침체가 가속화 할 것으로 우려된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시장 규모에 비해 대출규모가 큰데다 집값 상승세가 추진력을 잃은 상황이어서 투자나 매매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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