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분야 SPC(특수목적법인)는 와이브로 같은 이동통신망 설비투자를 할 수가 없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시가 잘못된 겁니다.”
서병조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실장(차관보)은 2일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식보고하고 공식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내용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기획재정부는 같은 날 이 대통령 주재로 정부와 중소기업·대기업 대표가 함께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 촉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통신분야에서 공공자금으로 2조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와이브로와 인터넷TV(IPTV)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재정부 계획대로 설립할 SPC가 현행법상 이동통신이나 와이브로 같은 무선인프라를 이용한 사업자체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파법상 와이브로 등 사업허가를 받은 업체 말고는 누구도 이 사업을 할 수 없다.
결국 재정부는 실행 불가능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KT가 이 방안을 가져왔을 때 재정부 안에서도 '다른 급한 곳도 많은데 통신분야 인프라에 예산을 쓰겠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윗선에서 그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해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가 이른바 '고공플레이'를 통해 정부 투자계획을 밀어부쳤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해명도 어정쩡하다. 현행법상 불가능한 투자계획을 놓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는 해명만 하고 있다.
서병조 융합정책실장은 “융자의 개념일 뿐 정부가 투자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한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가 가능할 뿐”이라고 말했다.
KT쪽도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구체적 해명을 피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내에 입지가 탄탄한 이석채 KT 회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들었다"며 "아이디어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조차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서둘러 밀어부쳐 탈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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