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은 25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받은 퇴직금 상당액을 수 년전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 국채에 투자하면 금리가 낮고 이자소득세마저 부담해야하는데, 브라질 국채는 금리가 10%대로 높은데 다 비과세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퇴직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채권에 투자한 김부장의 원금은 반토막 난 상태다. 김부장뿐만이 아니다. 2010년 10% 고금리에 비과세 혜택이 부각되며 단번에 6조원의 자금이 몰렸던 브라질채권이 현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에 투자자들이 눈물을 쏟게 하고 있다.
국채에 세제 혜택까지 있는데 투자금이 왜 반토막났을까. 브라질 채권에 투자해서 나오는 이자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비과세는 맞다. 그러나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하고 브라질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환손실이 불가피하다. 현재 브라질 채권투자자들의 손실도 이 때문이다. 통상 채권은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다. 현재 브라질 채권금리는 15% 수준이다. 한국의 기준금리 1%, 시장금리 2%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투자자들이 간과한 사실은 환율이다. 브라질 국채는 현지 통화인 헤알로 투자되기 때문에 원/헤알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김부장이 2011년 1월 초 원/ 헤알 환율이 685원이었을 때 브라질국채 30만헤알을 매입했다고 하면 당시 투입된 원금은 2억650만원이다. 하지만 이후 헤알화가치는 하락했고 지난 9월 초 310원까지 내렸다. 그 결과 환율 변화만으로 브라질 국채평가액은 9300만원으로 55%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매입당시 30만 헤알이던 브라질 채권가격이 25만헤알로 떨어졌다면 손실이 62%에 달한다. 김 부장이 당장 손실을 만회할 방법은 만기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이 역시 브라질이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 조건이다.
이명열 한화생명 FA지원팀 투자전문가는 “투자에는 고수익-고위험, 저수익-저위험이라는 변칙않는 원리가 있다”며 “높은 수익만 보고 위험을 간과하면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무엇보다 퇴직금은 소중한 은퇴 자금인데 잘 모르는 상품에 집중 투자했다간 자칫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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