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시대다. 서로 다른 경영 기법과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물과 기름을 섞는 시도가 무의미하듯, 무턱대고 합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융복합은 공통점과 연관성에 기반 했을 때에만 효과를 발휘한다. 신한은행은 바로 그 지점을 잘 포착했다. 서로 다른 분야를 하나의 공간 안에 합쳐 융복합의 선례를 남겼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1년 은행이나 증권사 모두 고객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에 기초해 PB(Private Banking)센터를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으로 바꿨다. 예·적금 등 은행 상품과 함께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각종 파생상품을 하나로 묶어서 보여주는 복합 자산관리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원스탑’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이종 간 결합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와중에 서로 다른 개성을 하나로 융합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려는 센터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 사나이' 이숙우 태평로 PWM 센터장은 소통을 중시한다. 자기에만 매달리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팀워크로 국내 PWM 센터를 주도하는 리딩센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품고 있다.
-은행권에는 얼마나 있었나.
은행경력 28년의 골수 은행맨이다. 지난 1987년에 처음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쭉 은행 업무를 담당해왔다. 작년 태평로 PWM 센터를 오기 전에는 부산에서 PWM센터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그곳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부산 센터에서 2년 반 정도를 일하면서 일본인 고객을 많이 상대했는데, 그 경력 때문인지 태평로 PWM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여기에도 재일 교포분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숙우 신한 PWM 태평로센터 센터장이 자신의 업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올해 디에셋 트리플 에이 어워즈에서 최우수PB 은행상을 수상했다. 고객자산 관리 비결이 있다면.
고객과의 관계성을 강화해 고객의 성향이나 니즈에 맞는 수익률 제고하고 있다. 타 금융기관에 없는 매트릭스시스템을 금융기관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에도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본부지원 솔루션파트너, 은행PB, 증권PB 3인으로 구성된 자산관리 팀을 만들었다. 고객이 증권사와 은행을 왔다갔다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4년 전 우리가 PB센터를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인 PWM센터로 바꾼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PB센터에는 증권회사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직원수가 미비한 데다 연계성도 적어서 종합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지금은 PWM센터가 되면서 태평로 지점에만 10명이 넘는 증권사 직원이 들어와 있다. 덕분에 증권사의 모든 상품을 여기서 다 다룰 수 있게 됐고 기업 관련 이슈도 바로 바로 따라갈 여유가 생겼다. 증권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점만을 골라 적시의 상품을 제안할 수도 있게 됐다. 이게 말이 쉽지 증권과 은행 업무를 융합하는 데만 2년이 소요됐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덕분에 상품의 폭을 넓히고 관리도 복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광주, 대전, 인천 대구 등 전국 27개 지역에 PWM센터가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PWM센터 이외에도 고객 니즈에 맞추기 위해 도입한 것이 있다. 바로 고객종합수익률 관리다. 이건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바뀐 트렌드를 반영해 고안한 것이다. 은행은 더이상 친절하게 심부름이나 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고객이 맡겨 준 돈을 얼마나 더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각종 자산들을 계량적으로 지표화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수익이 났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고객이 단편적인 지표만을 보고 왜 나는 매일 마이너스 수익률만 기록하느냐고 푸념하면 해명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전산화를 완료해 주식 매매차익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한 수익률 지표를 만들면서 이러한 우려가 사라졌다. 우린 이 결과를 기반으로 해 센터장인 나와 그룹장, 팀장들을 평가한다. 고객 수익률을 직원 평가배점에 반영해 수익률 향상을 재고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고객들의 수익률을 높이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미 연방준비은행(FRB)가 빠르면 올해 말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객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은 거의 제로금리를 통하여 일찍이 통화 완화정책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금리를 올릴만한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한국은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가계부채와 소비심리 등을 보면 경기회복속도가 미진해 미국처럼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 그런 점에서 안전자산보다는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말라는 것이다. 미 연준이 긴축기조로 가면 달러 가치가 높아져 달러 투자 쪽으로 자금이 확 쏠릴 수 있는 데, 그런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 단기적인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투자의 기본인 분산투자 균형투자 원칙을 지켜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해서 위험투자를 기피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 저금리 상황이라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 쪽에만 집중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자기 자산을 가지고 리스크 테이킹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투자는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 실행에 옮기면 되겠지만, 그 전에 자기 재산은 자기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금융 지식을 늘려나갈 필요도 있다. 자기 실력이 중요하다.
-어디에 목돈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다 부동산에다가 대부분의 자산을 묻혀두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선진국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도 조기 은퇴에 대비해야 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금융자산 10억 이상의 경우 부동산 자산비중은 58%를 상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을 보유하더라도 월 수익이 보장되는 수익형부동산 즉 도심형상가나 단지 내 상가, 오피스텔 등의 보유 비율을 높이는 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짤 때도 비도심보다는 도심으로, 자본가치보다는 수익가치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그리고 과다한 부동산 자산보다는 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성장기를 지나고 안정적인 국면에 있다. 정체기가 상당 도래될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이든 투자자산을 국내 비중보다는 글로벌적 시각을 가지고 해외펀드나 해외주식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업무 철학이 있다면.
자기 나름대로의 업무에 대해선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각자의 개성 강해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자기 업무 영역을 넓히고 주위 돌아보며 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소통에 기반한 팀워크를 중심으로 신한은행 본점에 걸맞는 리딩 센터가 되보자, 전국 27개 센터를 이끄는 센터가 되어 보자고 당부하고 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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