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형 스포티지(사진=정기종 기자)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첫 등장은 화려했다기 보다는 시끄러웠다. 파격적으로 변한 4세대 스포티지의 디자인을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1993년 세계 최초의 도심형 SUV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장에 나와 370만대 이상이 판매된 스포티지 시리즈의 명성에 누가 될 비운의 모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하지만 이같은 걱정은 기우였다. 기아차가 40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투입한 야심작의 주행성능과 한층 터프해진 실물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전계약 돌입 9일만에 5000대, 14일만에 7000대를 돌파했다.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춘천을 왕복하는 130km 구간을 4세대 스포티지로 주행해봤다.
신형 스포티지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디자인이다. 3세대 모델인 스포티지R이 무난한 디자인으로 널리 사랑을 받았다면 4세대 모델은 과감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티 & 파워풀 에너지(Sporty & Powerful)'이라는 신형 스포티지의 디자인 키워드에 맞게 강렬한 첫인상이다. 유선형 후드라인의 과감한 조형배치와 볼륨감이 조화를 이룬 전면부는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전면부 디자인은 한층 과감해지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해졌다.(사진=정기종 기자)
기존 모델이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남성의 이미지였다면 신형 모델은 우람한 근육질의 '상남자'다. 사전 계약자 중 74%가 남성 운전자였다고 하니 남성적 디자인을 구현하고자했던 기아차의 노림수는 일단 들어맞은 셈이다. 전면부에 비해 무난하게 구현된 후면부는 디자인적 거부감을 상쇄시켜 줄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면부에 비해 무난한 후면부는 전체적 디자인 균형을 잡아준다.(사진=정기종 기자)
내부 역시 운전석쪽을 기운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을 비롯해 조작성이 강화된 디스플레이존과 컨트롤 존의 분할, 소재 개선을 통한 고급감 증대 등으로 공들인 모델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고객 1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입 SUV와의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에서 고객들이 편의사양 91%, 고급감 84%, 디자인 81%씩 스포티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신형 스포티지의 내장은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소재 개선 등을 통해 고급감을 높였다.(사진=정기종 기자)
최근 현대기아차가 부지런히 적용 중인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 스마트 테일게이트 등도 옵션에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편의사양이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오니 기아차 도심형 SUV를 대표하는 모델다운 장점들이 잘 배어있었다. 국산 디젤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잘 달린다. 시승 행사장까지 우연한 기회에 2세대 스포티지로 이동했던 터라 이같은 스포티지의 진화가 몸으로 느껴졌다. 고속도로와 한적한 교외 커브구간을 세단 못지 않은 안정감으로 주행했다.
◇(사진=기아차)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 신형 스포티지의 R2.0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ps), 최대토크 41.0kg·m의 동력성능에 14.4km/ℓ(2WD, 자동변속기, 17/18인치 타이어 기준)의 공인연비를 갖췄다. 시승을 통해 계기판에 나타난 실제 연비는 17.8km/ℓ로 공인연비보다 우수한 수준이었다. 다음달 선보일 1.7 디젤 모델의 연비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승 구간 130km를 주행한 신형 스포티지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7.8km/ℓ였다. 공인연비는 14.4km/ℓ다.(사진=정기종 기자)
현대기아차는 최근 '기본기의 혁신'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80%에 달했던 내수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성장 중인 수입차를 경쟁자로 인정해야하는 시기가 왔고, 해외시장에서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이에 '국산차 하면 현대기아차'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아닌 차량의 품질과 상품성 자체로 승부에 임한다는 각오다.
그런 의미에서 신형 스포티지는 일단 합격점이다. 향후 출시될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이 신형 스포티지만큼의 상품성을 갖출수 있다면 '현대기아차 위기설' 역시 시장의 기우에 머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 제원표(자료=기아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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