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로도 못만든 청년일자리, 46억으로 가능할까
"해야 할 큰일 안 하면서 작은 일로 쇼 벌여"
부족한 모금액·짜깁기 정책에 실효성 의문도
2015-10-12 14:11:10 2015-10-12 14:11:10
“그걸로 창업이 되고 취업이 되겠냐.”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조성된 청년희망펀드를 놓고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창·취업 지원을 위한 민간기금으로, 향후 출범할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운영된다. 재단은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설치,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해외진출·멘토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7일 기준 모금액은 46억3700억원으로, 21억7300만원의 추가 기부가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이주 중 7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비례대표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고 민간에 기부를 하라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며 “펀드로 1000~2000억원을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백조의 사내유보금을 고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작 해야 할 큰일은 하지 않으면서 작은 일을 벌이고, 이걸로 뭘 하려는 것처럼 쇼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도 “애초에 청년들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것은 낮은 일자리의 질, 정보의 비대칭성 등 기존에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정책들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국가가 예산을 잘 집행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은 없고 민간의 기부를 통해서 새로운 사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업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모금액이 전체 일자리 예산 15조8000억원, 내년 청년 일자리 예산 2조원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데다, 청년희망아카데미를 통해 추진되는 사업들도 기존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시중은행에서 임직원들의 펀드 강제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현장의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실망으로 다가간다.
 
취업준비생 민모 씨(30)는 “기존의 일자리센터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있지만 미용사라든지 법률사무소의 행정직원처럼 금방 채용하고 금방 자를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나름대로 전문분야를 꿈꾸는 취준생에게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왜 이런 부분들을 정책적으로 보완할 생각은 않고,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지금 모인 46조원은 지역 고용센터 하나 정도의 예산이다.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잘 쓰겠다면 그 취지나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민간과 연계해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도 핵심은 아니다. 그런 부분들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보단 기존의 정부의 영역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으로 청년희망재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사장 선임 등 실무적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지원사업들이 시작될 예정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년희망펀드의 재원으로 추지하게 될 주요 사업구상(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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