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립니다. 엘리자베스 홈즈도 빌 게이츠처럼 다양한 특허를 기반으로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가 됐기 때문이죠.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그녀가 보유한 미국 특허는 18개, 외국 특허는 66개입니다.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 명의로 등록된 특허도 100개에 달하고요, 이렇게 쌓아올린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홈즈까지 특허 부자로 유명해지면서 이제는 독점적 특허 보유가 ‘억만장자의 공식’처럼 언급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특허를 바탕으로 테라노스라는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신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얻으면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도 올라갑니다. 미래 가치가 높아지면 주가도 당연히 상승하게 되죠. 주식시장에서 특허권 취득이 으레 호재성 공시로 여겨지는 건 이 때문인데요, 실제로 특허권 취득 공시를 낸 직후 해당 상장사의 주가가 반등하는 사례가 종종 관찰되곤 합니다. 이번 달에는 코스닥 기업 자연과환경이 특허 공시를 내면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허 공시에 들떠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선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겁니다. 함정은 특허 공시의 성격에 있습니다. 특허 공시가 기업이 언제든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자율 공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단한 기술 특허가 아니라도 빈번히 공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반대로 보면, 기업 측에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풀리기 위해 특허 공시를 내는 일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잦은 특허 공시로 인해 주가에 거품만 낄 여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특허 공시가 났다고 해서 바로 투자에 뛰어들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합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스몰캡 분석팀 애널리스트에게 조언을 구해봤는데요. 이 증권사 연구원은 “특허를 받은 기술이 그 업체가 속한 전체 산업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말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거나 배타적 독점권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공시가 난 이후라면 재료가 이미 소멸돼 주가 반응이 미미할 가능성을 생각해봐야겠죠. 식은 고기로 변한 지 오래라 투자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요. 특허 공시를 볼 때도 역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자세가 필수인 셈입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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