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노출로만 얼굴을 알린줄 알았더니 연기를 정말 잘하네요. 조만간 충무로를 이끌 여배우로 거듭날 것 같아요."
20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새 영화 '그놈이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한 소속사 관계자가 기자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다른 기자들도 이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칭찬에 인색한 기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을 정도로 '그놈이다'의 이유영은 여배우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이유영. 사진/NEWS1
이유영은 노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연기적인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첫 상업영화였던 '봄'에서는 누드모델이 된 후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민경 역으로 주목 받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6회 올해의 영화상에서 여자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간신'에서는 설중매 역으로 임지연과 함께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였다. 당시 두 여자의 베드신은 국내 최고의 수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간신' 속 이유영은 당돌하고 저돌적으로 연산군(권상우 분)에 마음에 들려는 기생 설중매를 완벽히 표현했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그의 퍼포먼스는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파격적이고 강한 캐릭터를 연달아 맡은 이유영의 선택은 '그놈이다'에서도 이어진다. 극중 이유영은 귀신을 보는 소녀 시은으로 분해 귀신과 접신하고 빙의하는 연기를 펼친다. 귀신에 빙의하는 장면은 사실적으로 표현되며, 다소 공포감을 준다.
반대로 '귀신을 본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친년'이라고 불리고, 속 앓이를 하는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작에서 도발적이고 섹시했던 이미지를 완벽히 벗고 공포감과 동정심 등 다양한 감정선을 선보이며 연기력의 폭을 넓혔다. 연기파 배우인 주원과 유해진 사이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으며, 강한 잔상이 남는다.
이유영. 사진/CGV아트하우스
시사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유영은 "감독님께서 시은을 괴상한 캐릭터가 아닌 현실 속에 있는 여린 소녀로 표현해달라고 하셨다. 시은을 여린 소녀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실제 시은과 같은 여자가 있었다. 시은이 겪는 고된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겪는 걸 보면서 저걸 내가 겪는다고 생각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빙의 연기는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은 파격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맡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별히 의도한 것 없이 작품에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평범한 역할도 하고 싶다. '그놈이다'를 선택한 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며 "일부로 센 캐릭터를 골라서 한 건 아니다. 재밌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 무조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영의 훌륭한 연기가 담긴 '그놈이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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