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태극전사, 그들에겐 내일이 있다
U-17 축구대표팀, 월드컵 16강서 벨기에에 0-2 패
2015-10-29 15:22:30 2015-10-29 15:22:3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종료 휘슬이 울리자 어린 선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무실점이라는 탄력을 받았던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첫 실점과 함께 무너졌다.
 
U-17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에 0-2로 졌다. 전반 11분 반캄프에게 선제골을 내준 대표팀은 후반 22분 역습 상황에서 벨기에 공격수 베레트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반전의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잡지 못한 기회는 오히려 독이 되어 되돌아왔다. 후반 25분 최후방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오세훈(울산현대고)이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와 동시에 수비수의 퇴장을 끌어내며 대표팀은 수적 우위까지 따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이승우(바르셀로나)의 페널티킥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대표팀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경기 후 최진철 감독은 "동영상을 보며 전력분석을 했으나 선발 출전 선수들이 많이 달랐다. 바뀐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하지 못했고 벨기에가 조별리그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해 당황했다"고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다만 최 감독은 "중앙 수비수가 2명이나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조별리그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비록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유소년 팀만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축구계에서 유소년 팀의 가치는 실험과 선수 육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높아진다는 데에 의견이 모인다. 최진철 감독이 오세훈을 기니와의 조별리그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해 결승골을 만든 것과 벨기에전에서 오세훈의 수비수와 공격수 동시 기용 등이 이 같은 '실험'의 예다. 선수의 특성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현장 지도자만의 전술적 변화다. 개성 강한 이승우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또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팀으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2013년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아온 최진철 감독의 팀 장악력이 돋보였다.
 
K리그 유소년팀을 지휘했던 한 지도자는 "이번 대표팀의 경기로 유소년 축구의 시스템과 지도력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며 "선수들이 촘촘한 간격을 갖고 전방압박에 임하는 등 하나의 팀으로 뭉친 모습을 보여줬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김태륭 KBS 해설위원은 "연령별 대표팀에게 성적은 두 번째다. 중요한 것은 해당 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세계 무대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며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실수도 발생하고 기복도 심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속도도 빠르며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는 마음도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승우. 사진/대한축구협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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