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 규모의 정부발 대규모 지원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해운업계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의 순환 구조상 해운업 활성화가 선결과제로 꼽히지만 정부의 지원 방향은 이와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는 한국선주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해운업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국내 조선·해운업계는 선박의 공급과잉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선박 제조를 위해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업계에서는 해운업의 활성화를 선결과제로 꼽는다. 해운업 활성화로 신규 선박 발주를 끌어내야 조선과 철강업계의 수익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지원은 해운업을 건너뛰고 조선업계에만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선주협회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서울과 부산에서 연이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정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하기에 이르렀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조선산업을 지원함으로써 해운산업도 함께 지원된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며 "선도산업인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조선산업도 침체를 극복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업계에 가장 절실한 정부지원 방안으로 ▲해운산업 특화 금융기관 설립 ▲선박등록특구제도 및 톤세제도 확립을 위한 법·제도 개선 ▲한진해운 및 현대상선 등 양대 원양정기선사의 유동성 지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해운산업 관련 전문기관 설립은 30여년에 걸쳐 정부에 요청해 온 지원방안이지만, 여전히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심지어 현 정부 출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예산을 이유로 해양보증보험의 형태로 격하된 상황이다.
그나마 해운업계는 해양보증보험이라도 제역할을 할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올해 총 250억원을 출자하고 부산시 및 관련 기관·업계에 추가 출자를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의 대규모 출자 지원이 없는 이상 해운업계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5조3000억원에 이르는 자구계획을 시행했음에도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형선사에 대한 무리한 구조조정 강요로 인해 핵심자산 매각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선박에 대한 신규투자 중단으로 원가경쟁력도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 양대 해운업체가 무너진다면 향후 국내 해운업은 회생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바라보며 해운업계가 허탈감에 휩싸여 있다"며 "해운을 비롯해 조선, 철강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익의 선순환을 만들수 있는 해운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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