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충청북도 괴산군에 위치한 발효코리아 아카데미에는 전국 각지에서 발효 식초를 배우기 위해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 곳에서 교육을 지도하는 김순양 발효코리아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전라남도 진도에서 전통식초를 만들던 김 대표였지만 최근에는 활동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2013년부터 충북 괴산에 발효코리아 아카데미 센터를 마련해 '발효 식초 전도사'로 나섰으며, 한 여행사 패키지에 발효코리아의 전통 식초 체험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속해 1년에 3~4차례 일본 관광객들이 진도로 견학을 오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판로확대'다. 입소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판매하던 식초는 이제 브랜드화되어 전국 백화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전통 발효식초를 생산하는 김순양 발효코리아 대표. 사진/현대백화점
이처럼 영세업체에 불과했던 발효코리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현대백화점의 '명인명촌' 덕분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명인명촌은 현대백화점에서 국내 각 지역에서 전통을 고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만드는 프리미엄 장인 브랜드로, 현대백화점의 공유가치창출(CSV) 사업 중 하나다. 대표 상품은 장류, 식초류, 전통주류, 참기름류, 반찬류 등 지역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상품으로 꾸려졌다.
명인명촌은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동시에 업계간 치열한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에서 차별화 전략을 위해 기획됐다.
임권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생활사업부 바이어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소비가 줄고 이에 따라 기본 양념류도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 숨겨진 보물같은 먹거리를 어떻게 소개시켜줄까하는 고민에서 기획하게 됐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도 전통을 전략으로 해서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질 수 있어 이점이 된다"고 명인명촌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생산 농가는 백화점을 통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고, 백화점은 품질좋은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하고 있는 셈이다.
명인명촌은 2009년 론칭해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명인명촌은 빠르게 성장했다.
명인명촌에 속한 명인은 2010년 20명에서 2012년 40명, 현재는 60명으로 늘었다. 상품수도 2010년 70종에서 현재는 192종으로 다양해졌다.
현대백화점 입점도 늘었다. 압구정 본점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 15개 점포 가운데 13곳 점포에 명인명촌 매장이 입점해 있는 상태다.
매출도 고속 성장을 이뤘다. 2009년 명인명촌 사업 첫해 4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7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업 시작 당시에 비해 14배 정도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 이상으로 농가에서 더 큰 변화가 뒤따랐다.
김순양 대표는 "괴산의 아카데미, 일본관광객 견학 등 지금처럼 활발한 활동을 한 데는 명인명촌이 시발점이 됐다"며 "식품시장이라는 게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까지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기회가 우리 영세업체에게는 황금같은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발효코리아에서 제조하는 식초의 생산량은 명인명촌에 속한 이후 현재 10배 가량 늘었다.
그는 "아무리 식초를 잘 만들어도 현대백화점이라는 무대가 없으면 놀이에 그쳤을 수도 있는데 명인명촌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큰 성장을 이뤘다"며 "영세업체가 누군가를 만나 동반하게 되면 이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명인명촌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농가만큼 현대백화점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명인명촌이 단순히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행사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인들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통해 된장, 식초 등 요리에 적용하는 방법을 백화점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농가와 연계해 산지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까지 명인명촌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정하고, 명인을 최대 100여 명까지 발굴하는 한편 미입점 점포에도 명인명촌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판교점에는 업계 최초로 명인들의 상품을 활용해 명인명촌 내 '숍인숍' 형태로 전통음료 바인 '명인명촌바'를 운영, 현재 전통음료를 개발 중에 있다.
임권 바이어는 "무작정 명인수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고, 고객이 원하는데 빠져있는 종류의 제품을 찾아서 채우려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먹거리로 접목시켜서 식재료가 아닌 메뉴로 활용해 상품을 개발해서 브랜드 파워를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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