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오지현(19·KB금융그룹)이 고향인 부산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정상에 올랐다.
오지현이 8일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좋아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오지현은 8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6591야드)에서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이로써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오지현은 공동 2위인 하민송(19·롯데)과 김보경(29·요진건설·이상 8언더파 208타)을 6타 차로 크게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게 됐다.
3번홀(파3)에서 처음 버디를 잡은 오지현은 7~9번홀 연이어서 버디를 기록하며 기분좋게 전반을 마무리했다. 전반 후 3타 차 단독 선두로서 이미 승부의 추를 자신 쪽으로 놓은 오지현은 후반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0번홀(파4)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한 오지현은 15번홀(파4)과 17번홀(파4)을 지나면서 버디를 추가해 결국 2위 선수들과 6타 차의 넉넉한 우승을 차지했다.
오지현에게 이 대회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상금랭킹 60위 이내 선수만 나선 올해 왕중왕전 성격 대회에서 거둔 우승이란 점과 보너스로 2년간 시드권을 보장받게 됐다는 점이 뜻깊다. 투어 데뷔 동기이지만 특급 신인 반열에 오른 후 이제 저 멀리 앞서간 고진영(20·넵스)을 비롯한 경쟁자를 큰 폭으로써 제압한 사실과 부산 출신 선수로서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대회에서 영예에 올랐다는 점은 덤일 정도다.
오지현은 2013년 10월 프로 무대에 뛰어들고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6월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5위에 올랐던 것이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이었고,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 1억6807만3417원을 받아, KLPGA 상금랭킹 29위에 올라 있었다.
"첫 우승을 고향인 부산에서 하게 돼 아주 기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소감을 밝힌 오지현은 "우승한 후 지난 해 고생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가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시드전에 가지 않게 돼 너무 기쁘다. 우승을 한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시드전에 가지 않게 돼 좋았다"고 기뻐했다.
이어 "10번홀 버디하는 순간 '아 뭔가 되겠구나'라고 느꼈다. 오늘 샷이 전체적으로 워낙 좋았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많이 떨려) 어제 잠도 설쳤다. 함께 라운드한 한 살 위 언니들(고진영, 김예진)은 어릴 시절부터 함께 했기에 긴장감이 덜했다"고 덧붙였다.
필드에서 경쟁자를 압도한 오지현은 필드를 벗어나자 영락없는 스무살 소녀였다. 그는 "우승 상금은 부모님께 드릴 것이고 우승하면 여행 한 번 가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했다. 지난 해에는 성적이 되지 않아 못 갔다. 올해는 싱가포르에 가보고 싶다. 싱가포르의 칠리크랩이 맛있다고 하는데 가서 먹고 싶다."고 말한 후 "전미정 프로님이 롤 모델인데 꾸준히 골프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설명했다.
오지현. 사진/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한편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올랐던 고진영은 마지막 날 2타를 잃는 등 부진하면서 중간합계 6언더파 210타(공동 4위)에 그쳤다. 고진영은 10번홀(파4)에서 티샷 OB를 기록하면서 끝내 무너졌다.
2015 KL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안신애(25·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도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면서 6언더파 210타를 기록, 고진영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5연속 버디(12~16번홀)를 포함해 8타를 줄여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한 하민송(19·롯데)은 순위를 급상승시키면서 김보경(29·요진건설)과 함께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공동2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상금랭킹 2위인 박성현(22·넵스)은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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