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전 숭실대 겸임교수는 “우리나라 가계 주체들이 빚에 빚을 내서 살아가는 소위 ‘부채(負債) 공화국’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우려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총액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2/4분기 말 기준 1130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에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정부가 경기대책의 일환으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은행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기존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DTI(총부채상환비율) 및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완화한 이후 현저하게 급격해졌다. 여기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가계주체들이 금융기업들로부터 자금 차입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계부채의 특징을 살펴보면 규모의 급증도 문제지만 그 구성 내역도 위험 요인들이 내재돼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우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며 또 가계부채 수준이 소득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소위 우리나라 자생적인 ‘가계부채발(發)’ 위기 가능성이다. 즉 국내 가계 차입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해 일거에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돈을 빌려준 금융기업들이 연쇄충격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가 파탄을 맞게 되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을 비교해 보면, 대출 실행과정, 대출 증가내역, 증가속도, 경제상황 등 대체적인 상황 전개가 상당히 비슷한 점들이 발견돼 그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올 들어 건설과 조선 부문을 위시한 실물경제의 심각한 부진의 여파로, 기업여신 중심으로 신규 부실채권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무려 24조7000억원에 달하고, 부실채권비율도 1.56%로 상승했다. 그나마 가계대출 부실 비율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천만다행이지만 향후 가계소득 성장 추이나 부동산 가격 동향 여하에 따라서 도저히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총체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수준은 이미 경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또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관련 손실을 충당할 수익력 또한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많다.
은행 대출자산이 부실화되고 자체 여력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채무불이행 규모가 커지면, 국내외 예금주 및 자금 거래선들이 일거에 예치 자금을 빼내가는 것은 불과 십수년 전 IMF 위기 때 절실하게 겪어 본 바다. 이 경우 정부는 별다른 도리 없이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계 전반을 구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자생적인 ‘가계부채발(發) 위기’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현재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이미 엄청나게 팽창한 가계부채 규모, 금융기업들의 자체적인 충격 흡수 여력, 정부의 구제금융 염출 능력 등등,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상황여건들을 감안할 때, 지난 1990년대 후반에 겪은 소위 IMF 위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광범하고 방대한 충격이 우리 경제를 덮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한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의 모 은행에서 시민들이 가계대출 등 상담을 하고 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이 담보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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