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끼기 막아라…국내 전자업계 '진땀'
2015-11-16 15:54:47 2015-11-16 15:54:4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중국 전자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이 기술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과거 국내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낮더라도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략이 180도 달라졌다.
 
16일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전만 해도 박람회에서 신제품을 공개하거나 고도의 기술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타사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면서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출품된 제품들을 맹목적으로 베끼다시피 하다보니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제품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G전자의 '트윈워시' 사진/ LG전자
 
최근 LG전자(066570)가 출시한 'LG 트윈워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이 제품을 선보였다. 트윈워시는 상단엔 드럼세탁기, 하단엔 통돌이 세탁기가 결합된 형태로 '전에 없던 세탁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하이얼은 이로부터 세 달 뒤 '2015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하이얼 듀얼데크 세탁기'를 내놨다. 두 개의 프론트 로더와 세탁조를 갖춘 드럼세탁기로, 한 쪽만 돌릴 수도 있고 둘 다 동시 구동도 가능하다. 이 제품은 드럼세탁기 2개가 합쳐진 개념인 데다 동시 탈수가 되지 않는 등 아직은 기술력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업체들은 전시회에서도 비공식 전시공간인 히든룸에서 언론과 특정 거래처들에만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세탁 중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전용 투입구를 적용한 '애드워시'도 IFA 2015 히든룸에서 첫 선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언팩 행사로 처음 공개됐지만, 정작 일반 전시관에서는 볼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중국기업들이 선진업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패스트 팔로우'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중국 기술력이 국내업체의 90%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전 분야에서는 이제 어떤 기술력을 보유하느냐보다 해당 기술을 언제 발표하느냐로 무게의 추가 옮겨졌다"며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국내업체들과 유사한 제품을 선보일 경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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