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이라고 하면 전화 상담원 등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특정 직업들을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동료들과 업무 중 충돌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참거나, 심지어 좋은 감정도 편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연기하듯 행동하는 것도 감정노동의 일환이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이렇게 회사 내에서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에서 감정노동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86.2%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숨기는 감정으로는 ‘분노’(69.9%,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뒤이어 섭섭함’(55.2%), ‘우울/슬픔’(41.8%), ‘질투’(27%), ‘기쁨’(11.5%), ‘즐거움’(10.5%) 등의 순으로,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을 숨기는 이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8.1%(복수응답)가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47.7%),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41.1%),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편해서’(33%),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24.9%),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할 만큼 지쳐있어서’(17.5%),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17.1%)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 것으로 인해 98.3%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질병으로 이어졌다는 응답자는 무려 91.3%였으며, 이들은 ‘만성피로’(21%, 복수응답), ‘소화불량’(18.9%), ‘두통’(18.6%), ‘수면장애’(12.7%), ‘우울증’(12.1%)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표정관리나 부정적 감정을 숨기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무려 89.4%가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은 60.6%(복수응답)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전체 분위기를 생각해야 해서’(47.9%),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해서’(41.1%),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33.7%),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29.7%) 등이 있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72.8%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평소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내 잘못이 아닌데도 오해를 살 때’(56.5%, 복수응답)를 1순위로 선택했다. 이외에도 ‘기분 나쁜데 괜찮다고 해야 할 때’(46.2%), ‘부당한 차별을 받았을 때’(41.9%), ‘상대에게 억지로 져줘야 할 때’(28.4%), ‘싫어하는 사람과 협업해야 할 때’(28.1%),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27.8%) 등의 응답이 있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조직생활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의사 표현도 필요하다"면서 "단,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본 후 서로 감정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료/사람인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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