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계약률이 공개 되면 사업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로 미리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이건 내가 분양을 잘 못 받았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뜻하지 않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저희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공개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분양 계약률을 공개하라는 질문에 당시 장관이 한 말입니다.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이건 내가 분양을 괜히 잘 못 받았나'라는 생각을 못하게 하려고 계약률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조작된 청약률에 홀려 분양을 받은 소비자는 추가 희생자가 되겠죠. 과연 분양받은 선량한 국민을 지키겠다는 말일까요? 아파트를 판 건설사의 반품을 걱정해주는 말처럼 들리는데 말이죠.
민간 아파트는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국민주택기금이 대거 투입된 기업이 하는 임대아파트가 있죠. 도화동에 지어지고 있는 그 중산층 임대 아파트는 높은 청약률로 마감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첫 날 미계약분이 쏟아졌죠. 대통령이 직접 챙겼는데 감히 미계약이라니.
국토부에 계약률 결과 자료를 요구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매일 계약률 보고를 받고 있지만 업계에선 계약률을 알려주는 사례가 없어요. 회사에서도 영업비밀이라고 강하게 말하던데요". 국민 돈으로 지은 아파트의 계약률을 기업의 요청으로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는 행정기관이라니.
일단 지난해부터 개략적인 계약률이 공개되고 있긴 합니다. 분기별로 광역시 단위로. 큰 흐름은 알 수 있지만 국지성이 강한 주택시장 특성상 실효성은 떨어집니다. 최근 공개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투기꾼을 제외한 순수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뭘 고민하는건지. 어쨌든 과거처럼 마냥 의리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주던 집단대출마저 손을 댔죠.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가계부채 증가에 집단대출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을 뜻하는 집단대출은 지금껏 규제 대상에서 항상 제외됐죠. 수도권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DTI, LTV를 적용받습니다. 참여정부 이후 비율만 달라졌지 금융규제가 없던 적은 없습니다.
금융규제가 도입된 것은 과열된 주택시장을 잡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런데 일반 소비시장에서 거래되는 재고주택은 규제를 하면서, 건설사가 공급하는 분양주택은 규제를 가한 적이 없습니다. 똑같이 집을 팔아야 하지만 누구는(일반 주택소유주)는 금융규제를 받고, 또 다른 누구는(건설사, 시행사)는 금융규제를 받지 않으니 일종의 특혜 아닌가요?
당연히 해야 했음에도 지금껏 단행한적 없었던 계약률 공개와 집단대출 심사 강화는 분양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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