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차종명에서 독립 브랜드로…현대차, 왜 '제네시스' 인가
기존 인지도 활용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고급시장 격전지 美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상징적 모델
2015-11-23 15:06:29 2015-11-23 15:06:2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고급차 시장을 정조준한 현대차(005380)가 선택한 브랜드명은 제네시스였다.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겠다는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종 명을 채택한 것이다. 그만큼 '제네시스'는 현대차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 차량 개발 착수 시점부터 2008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급차 시장 위축과 내부 조율 등을 이유로 출범이 연기됐다. 
 
이후 제네시스는 현대차 최초 별도전담 개발팀 구성과 독자 개발 후륜구동 방식 최초 적용 등을 통해 2008년 대형 럭셔리 세단 단일 차종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이듬해 1월 아시아 대형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성공적 데뷔를 치른 제네시스는 2013년 2세대 모델을 통해 럭셔리 세단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까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달리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미국 사업의 주요 고비 때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 역할을 수행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1세대 모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미국 시장에서 다소 정체된 성장세를 보이던 현대차의 판매를 끌어올렸다. 이는 당시 엑센트와 아반떼, 소나타 등 중소형 위주의 라인업으로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던 현대차 브랜드 고급화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 2008년 14%의 감소를 보였던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1세대 제네시스 출시 다음해인 2009년 8.3%, 이듬해 23.7% 증가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 제네시스 1세대(위), 2세대 모델(아래). 사진/현대차.
 
2세대 모델이 본격적인 미국 판매에 돌입한 지난해 4월 역시 저유가와 엔저가 겹친 데다 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신차의 노후화 속에 판매 장려금인 인센티브 증가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빨간불이 켜지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당시 3.8 후륜 구동모델이 기존 모델 대비 7.9% 향상된 가격에 책정됐음에도 판매량은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크게 기여한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제값받기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원이 됐다.
 
2세대 제네시스는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38.2% 증가한 2만726대가 판매됐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고급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드 럭셔리 세단' 차급 내 11.0% 까지 올라섰다. 1세대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 당시의 2.0% 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1세대 모델을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2세대로 확신을 가진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한 것이다. 제네시스라는 차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별도의 독립 브랜드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명칭을 활용함으로써 초기 시장 진입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선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김태성 현대차 미국법인 상품기획 부장은 "제네시스 모델 출시 이후 전체 판매 물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브랜드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발표 중인 모습. 사진/현대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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