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유로존의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유로화가 8개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ECB정책과 함께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추가 약세는 불가피하다면서 대외 변수에 따른 약세 속도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사 앞
유로화 조각물. 사진/뉴시스·AP
30일(현지시간) 유럽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0.20달러 내린 1.0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이후 재차 최저치에 근접한 것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의 가치는 올해 연초 대비 6.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유로화의 추가 약세에 대해 오는 3일 열릴 ECB회의에서 추가 부양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봤다. 로이터통신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의 80%는 ECB가 이번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와 기관을 확대하고 유럽 예금금리를 0.1%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렉 앤더슨 몬트리올은행 글로벌 외환 전략 대표는 “이미 시장은 ECB의 양적완화 구체적인 수단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기축통화 바스켓에 편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축통화 내에서 위안화 편입으로 인해 유로화, 엔화 등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이는 위안화 강세,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향후 유로화의 추가 약세는 불가피하다. 주요 통화 대비 유로화가 약세인 가운데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달러 강세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이후 진행됐던 ‘달러 매수, 유로 매도’의 전략을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리차드 그레이스 커먼웰스은행 통화 전략가는 “ECB 정책과 미국 금리인상 이슈를 반영하며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냈으나 재료가 해소된다고 해도 추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의 추가 약세 속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ECB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경기 진단과 미국의 고용지표 결과가 중요하다고 봤다.
시장이 이미 마이너스 예금금리의 추가 인하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확대 등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합할 경우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달러-유로의 패리티는 연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실제 ECB가 부양책을 단행하지 않거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연장 방침 발표에만 그칠 경우 유로화의 하락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위스은행은 12월 회의의 부양책 단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이 경우에는 시장의 실망과 더불어 유로화 약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