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해마다 감독님들이 많이 바뀌어서 아쉽습니다. 제가 챌린지에서 유일하게 팀을 3년째 맡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그런 분위기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 조덕제(50) 수원FC 감독이 전한 말이다. 챌린지(2부리그) 감독상을 받은 직후 조 감독은 연신 "구단 프런트가 끝까지 믿고 맡겨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일엔 수원FC와 부산아이파크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도 조 감독은 팀의 성적이나 승격보다는 리그에 만연한 이른바 '파리 목숨' 감독 얘기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 5일 끝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의 승격이 확정되자 조덕제 감독은 다시 한 번 취재진 앞에서 이 얘기를 꺼냈다.
이날도 조 감독은 "조덕제라는 사람을 (구단이) 3년을 지켜봐 주시면서 지금의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칫 팀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임기를 앞세우며 지나치게 구단과 외부에 저자세로 나간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축구인은 "성적에 모든 것을 거는 국내 축구 환경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성적으로 구단의 모든 것이 평가받는 현실에서 본다면 감독 한 명을 바꿔버리는 게 구단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외부에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쉬운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축구계에서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란 말을 빗대 최소 3년 정도는 지도자가 계속 팀을 맡아야 자기 철학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 구단이든 시도민 구단이든 최소한 감독이 자기 몫의 능력은 발휘하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프런트나 구단 수뇌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축구 감독의 임기는 매우 짧다. 수원FC가 내년부터 뛸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감독 부임 기간을 종합해보면 2005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잠시 대표팀을 맡다 복귀한 최강희 전북 감독 정도가 장수 감독이다.
나머지는 2010년부터 포항을 이끌다 최근 떠난 황선홍 포항 감독부터 2011년 부임한 최용수 서울 감독, 2012년 팀을 맡은 서정원 수원 감독 정도가 3년을 넘겼다. 이어 김학범 성남 감독과 남기일 광주 감독(이상 2014년 부임) 정도가 내년이 되면 3년을 넘긴다.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올해 부임해 첫 시즌을 마쳤다. 조 감독의 발언이 이기심의 발로가 아닌 간절한 소망으로 들리는 이유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 챌린지(2부리그) 감독상을 받은 조덕제 수원FC 감독이 잦은 감독 교체에 둘러싸인 국내 축구 환경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