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3%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5%대의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과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설비투자는 투자 효율성이 저하되고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성장 견인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14일 '최근 설비투자 현황의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최근 설비투자는 양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물부문 파급영향과 향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국내 설비투자는 통상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실물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 설비투자 증감률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전년대비 -0.2%, 2009년 -7.7% 등 저조했지만, 2010년에는 22.0%까지 회복했다. 이후 2012~2013년에는 조정과정이 있었으나 2014년 이후에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다시 5%대로 복귀했다.
한은은 올해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5.7%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4.8%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양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면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효과를 갖는지, 앞으로 계속 추세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한민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과장은 "설비투자는 자본생산성 하락, 수입의존도 상승 등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고, 저성장 지속에 따른 보수적 투자행태로 경기선행성도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 과장은 "그간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산업 전반의 투자여건 개선은 미진하다"면서 요인으로 높은 경기 불확실성, 규제완화 체감수준의 미흡, 한계기업 증가 등을 꼽았다.
우선 국내 기업의 투자 효율성은 감소하는 추세다. 2000년대 초 0.14 수준이었던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2013년 0.12로 축소됐다. 우리 경제의 자본 축적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효율성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투자 효율성이 낮아지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도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과거보다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설비투자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투자로 인한 국내 수요 유발 효과가 제약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설비투자의 확충을 막고 있다.
한민 과장은 "3%대 초중반의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매년 5%대의 설비투자 확충이 필요하지만 최근의 여건을 감안하면 적정 증가율 수준을 계속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당국은 창업과 신제품 개발, 생산공정 개선, 유통 등 복합적인 단계에 걸쳐 기업의 혁신적인 투자를 활성화해 투자의 성장 견인력을 높이고 첨단업종, 유망서비스 등 신규 설비투자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설비투자는 최근 양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물부문 파급영향과 향후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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