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텍사스에서 열린 국제정보시스템학회(ICIS,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Systems)는 정보시스템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로 경영정보와 관련된 최근 연구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 소개된 여러 논문 중에 눈에 띄는 것 중 한 연구는 ‘문명(Civilization)’이라는 게임과 학업 성과에 대한 연관성을 조사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 학생들의 문명 게임에서의 성과는 학업성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문명 게임은 전략 게임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성격이 짙어 다양한 측면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에 학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난 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게임을 학업에 이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게임화(Gamification)는 말 그대로 게임(Game)과 접미사 ‘화(化, fication)’를 합친 신조어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보상·경쟁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기법이다.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면 어떠한 활동이든 기꺼이 한다는 재미 이론(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재미를 즐기려는 것은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인데, 사람들이 재미없어하거나 혹은 번거로워하는 일에 게임 요소를 도입해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유수의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서는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이라는 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과목에서는 게임이 가진 도전 과제, 성취와 포상, 경쟁과 같은 매력적인 요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수강자들의 관심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통해 도전 과제를 완수할 때마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레벨을 올려주거나 점수로 보상해 성취욕을 지속적, 경쟁적으로 자극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 Massiv Open Online Courses)인 코세라 또한 게임화를 활용한다. 출석 체크, 진도 수료, 문제 풀이 등 수강자의 활동 정도에 따라 배지와 점수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스타벅스는 이 분야에서 매우 적극적인데, World of Warcraft 게임 마니아를 임원으로 영입하여 매장 운영에 게임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스타벅스 충전카드를 등록한 후 매장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받는 별 배지 수에 따라 다른 수준의 보상을 받게 한다. 어떤 맥주 집에서는 맥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나를 기준으로 순위가 높은 순서로 리더보드를 만들어 벽에 공개함으로써 손님들이 좀 더 경쟁적으로 맥주를 소비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방송에서도 이런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무한도전에서 매번 새로운 미션을 제공하고 런닝맨에서는 이름표를 제거하는 경쟁을 하며 복면가왕에서는 가면 뒤의 가수를 맞추는 문제를 푼다.
이렇게 게임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이유 중 하나로 컴퓨터 게임이 30~40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면서 중장년층 또한 게임의 개념에 익숙해진 점을 꼽을 수 있다. 다른 한편, 국내에서 해외에 비해 게임화가 적극적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화를 통해 수학 및 과학과 같은 어려운 내용도 학생들이 게임이나 퀴즈, 동영상 등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공부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이뤄진 실험을 통해 수업에 전혀 집중을 못하던 학생들이 게임화를 통해 많이 달라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 및 국내 진입,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말미암아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기도 하나, 매출 규모 및 해외 진출 등 3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 비해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크게 도약해왔다. 동시에 게임을 하는 소비자들 저변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하여 게임적 사고와 기법으로 현실을 개선하는 게임화를 지향하는 것은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정보기술을 다른 산업 분야에 활용하여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을 기대하듯이, 게임화는 스마트융합 시대에 여러 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런 게임화는 기업의 마케팅, 정부 정책 홍보, 교육, 의료, 금융거래 및 군사안보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도 광범위하다. 미래 산업 중 하나의 의료산업의 경우에도, 다이어트와 피트니스를 개인 및 집단 간의 게임으로 만들어낸다면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 융합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O2O 세상이 다가온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창조경제의 구현 관점에서 국내의 게임산업 인프라를 활용하여 게임화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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