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65세 전후 노령층에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그 답을 정리하면 ‘너무 걱정만 하고 살았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걱정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사는 생활은 문제 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현재라는 소중한 선물을 놓치고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다. 개인적인 능력과 타인과의 관계 등의 사회적인 활동과 노력에 따라 일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꾸기 힘든 미래가 보인다면? 결국은 빨리 적응하는 것이 답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과 관련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11월 초 발표된 미국의 고용이 호조를 보이자, 12월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둔화 징후가 뚜렷하고, 잠재적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만큼, 연내 금리인상을 단정지을 필요까지는 없다. 중국 등 신흥국의 부진한 경기여건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조차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실적부진이 확인되고 있다. 즉 무리한 금리정상화는 자칫 미국의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은 과거와 같이 일상적인 경기 변화로만 예측하기 어렵다. 선진국, 신흥국을 망라한 국가들의 외환보유 자산은 대부분 미국 달러와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등 정책변화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조시킨다. 최근 중국에서 7959억 달러의 자금유출이 발생했으며, 외환보유고는 3조9900억 달러에서 3조5100억 달러로 감소했으며, 미국 국채보유 규모도 1조3200억 달러에서 1조2400억 달러로 줄었다. 만약 연준이 과거 세 차례의 양적 완화 기간에 공급한 달러를 회수할 목적으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달러가 넘쳐 달러의 가치가 급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글로벌 유동성의 안전자산 선호가 극도로 커진다면 달러화와 엔화가치가 급등할 수도 있다. 결국 불확실성이 고조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와 연준 내부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유력해진 상황이다. 물론 신흥국 위기 등 글로벌 경기여건을 고려해야지만, 미국의 고용시장 회복과 임금상승에 대한 인플레이션 촉발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대한 필요성은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준이 첫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금리관련 논쟁은 ‘시점’에서 ‘언제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지로 전환될 것이다. 현재의 경제 지표, 특히 아직까지 미국의 현재 물가압력이 낮은 것과 신흥국 부채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제여건은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되어야 함을 설명해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12월 첫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후속적인 금리인상이 2016년 안에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은 낮아지고 있는 점이다. 현재의 시장 전망대로 완만한 금리인상 속도, 즉 유동성의 급격한 위축보다는 경기 회복과 맞물린 유동성 효과가 상당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금리인상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가급적 빨리 결정되는 것이 국내 주식시장에는 호재일 수도 있다. 거꾸로 미국에서 저금리 기간의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현재의 일반적인 예상 수준을 넘어서는 호황 신호를 보이게 될 때일 것이다. 이 역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2015년이 마무리되는 11월, 한국 시장에서 급격한 투자심리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 환경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해결해야 할 숙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많이 줄어든 영향이다. 더구나 최근 5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나 소위 ‘좀비기업’에 대한 처리 문제 등 사회적으로도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2016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경제의 역동성이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펀더멘털이나 유동성, 투자심리까지 모든 조건이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당장의 경기여건이나 기업실적의 변화가 크지 않다. 모멘텀이 약하다고 해도 기준금리 1.5% 시대, 금융시장에서의 투자매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시대, 위험만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역 발상 전략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앞선 생각일까?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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