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위안부 피해자들, 일본측 ‘해법’ 거부
박 대통령 ‘피해자 뜻’ 강조해와…외교장관들 담판 쉽지 않을 듯
2015-12-27 10:46:00 2015-12-27 10:46:00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에서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담판을 시도할 예정인 가운데 기시다 외무상이 제시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방안에 대한 피해자들과 일반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연내 해결’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목표에 집착해 섣부른 타결을 시도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서 공통된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한편 정부는 1억엔(약 9억7000만원)을 초과하는 피해자 지원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언급하는 ‘책임’은 법적인 의미가 아니라 도의적 차원의 책임이며, 기금은 일본 정부의 재원으로 마련하지만 배상금이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금’으로 성격을 규정하려 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5일과 26일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위안부 문제 해결의 내용에 담겨야 할 사항들을 제시했다. 정대협은 우선 “일본 정부와 군이 군대의 시설로 위안소를 관리하고 통제했고,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성노예가 되었으며, 일본의 위안부 제도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과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하고, 사죄의 증거로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하며, 일본 정부가 보유한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교과서 기술을 포함한 학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단체인 정대협의 요구와 일본 정부가 제시할 ‘해법’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박 대통령이 거듭 밝힌 ‘피해자 수용’ 원칙을 따라야 하는 정부로서는 일본의 제안을 받을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11월2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11월13일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 기구’ 인터뷰 등에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가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한·일의 뚜렷한 입장차가 드러난 가운데 나온 26일자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여론을 자극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교섭에 진전이 있으면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이전하도록 관련 시민단체를 설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소녀상은 과거에 그런 아픈 일이 있었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배우게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역사의 공부를 하라고 세운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대협을 통해 밝혔다. 이 단체는 ‘소녀상은 정대협도 어쩌지 못하는 공동의 존재’로 철거나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같은 보도가 나오며 여론이 악화되자 협상에 관해 말을 아끼던 외교부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회담이 개최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측으로부터 계속 터무니없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일본 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이번 회담에 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아닌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일본대사관 측에 항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남산 인근 추모공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뒤로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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