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및 일반해고(통상해고) 조건 구체화’ 지침의 기초가 될 초안을 내놨다. 안의 형식이 담당 국장의 발제문이고 그 내용도 기존에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부에 의해 발표된 첫 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기권 장관 주재로 노동법 및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이 발제를 하고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 정책관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평가·보상·전환·퇴직관리 시 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제시했다.
최대 쟁점인 일반해고 요건의 경우 발제문에 따르면 ▲근로계약 등에 따른 근로제공 의무의 불이행이 존재하거나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가 진행됐거나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개선의 기회가 부여됐음에도 개선 가능성이 없거나 ▲업무상 상당한 지장이 초래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통상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대신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업무능력 향상을 내용으로 교육훈련이 제공되는 등 업무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근로자의 적성과 업무가 일치하지 않아 근무실적이 낮은 경우에는 배치전환 등 적극적인 해고회피 노력이 있어야 하고, 이 같은 교육훈련이나 배치전환이 퇴출을 종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가 통상해고의 사유 중 하나로 보고 있는 평가도 그 절차가 까다롭다. 평가제도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돼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평가는 계량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정성적 평가가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계량적 평가가 포함돼야 한다. 또 최하위등급을 강제 할당하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방식으로 보완돼야 평가의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아울러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근로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가 합리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안을 마련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했음에도 근로자 측의 교섭 거부 등으로 동의를 얻지 못 한 경우다.
특히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 도입과 직무급·성과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경우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계획이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이라고·반발하며 양대 지침 논의에 불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사정 합의정신과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고려해 조속히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가이드북 및 취업규칙 지침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넥타이를 고쳐메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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