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과 더불어 물가의 제한적 상승이 예상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물가와 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저물가 지속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가 '보통'에서 '낮음'으로 하락해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국제통화기구(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표를 이용해 물가, 생산, 자산시장, 외환시장, 민간신용, 통화량 등 6부문에 속하는 11개의 변수를 이용해 분석한 지표다.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가 0.2 미만이면 발생 위험이 '매우 낮음', 0.2보다 크고 0.3 미만이면 발생 위험이 '낮음', 0.3보다 크고 0.5 미만이면 발생 위험이 '보통', 0.5보다 크면 발생 위험이 '높음'으로 평가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1990년대 '매우 낮음' 수준을 유지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보통' 수준까지 높아졌다. 2011년 이후부터는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2012년 3분기까지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매우 낮음'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가 2014년 2분기와 3분기, 2015년 1분기에 '보통'인 0.36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후 2015년 3분기 현재 '낮음' 수준인 0.27까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점차 낮아졌다.
문제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향후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자만 국제유가 가격의 안정과 필립스 곡선 변동폭 축소 등으로 향후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미국 셰일오일과 원유 수출 재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원유 공급량 확대,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원유 수입량 감소 등으로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변동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총 0.50%포인트 변동된다.
또 국내 경제성장률의 점진적 둔화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글로벌 물가 안정 등의 효과로 2000년대 이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임금상승률) 간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의 변동 크기가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 경기가 회복되도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임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회복과 물가의 제한적 상승이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저물가·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유망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생산성 둔화와 수출 부진 등으로 저성장 기조 고착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국제유가 하락 및 원화 절상에 따른 제조업 기반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완화적 금융정책과 해외투자 활성화 등으로 구조적 성장둔화 가능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