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사무소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하고,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라는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면서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4월4일 저녁 서울 일정이 있었음에도 오후 늦게 부여에 간 점, 3000만원을 선물처럼 포장해 쇼핑백에 담은 점, 부여 도착 후에도 곧장 선거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는 등 시간을 버는 행동을 한 점 등은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와 독대하는 자리를 만들어 3000만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이 사건은 성 회장의 육성진술로 시작했으나, 이후 수사과정에서 나온 객관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들이 해당 진술에 명백히 부합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최후진술을 통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지난해 10월 이 사건으로 처음 법정 출석할 당시 취재진에게 한 말을 되뇌었다.
이 전 총리는 "삼인성호, 즉 '사람이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선현들의 말씀이 오늘 따라 제 가슴을 울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한때 온 국민에게 진실인 것처럼 호도됐던 '비타500'의 실체는 이번 재판과정에서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며 "저에게 이번 재판과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또 "검찰은 사회적 악을 척결해야 하는 책무와 함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을 벗겨주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권한행사에 엄중함이 있어야 한다"며 "절차적 정의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 감히 한 말씀 드리면, 검찰도 절차적 정의와 공정한 법의 집행를 더욱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성 회장이 남긴 '성완종 리스트' 메모와 사망 전 경향신문 기자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인터뷰에 이른 경위와 인터뷰 형식 등 정황을 볼 때 진술의 신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단 이 부분(메모와 녹음파일)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능력과 증명력은 별개의 문제"라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최종적인 판단은 나중에 얘기할 것"면서 "사망을 앞두고 피고인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으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개연성은 외부적 정황 등에 비춰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 회장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경향신문 이모 기자는 검찰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해당 녹음파일과 잇따른 보도와 관련해 "취재와 판단 등에 기초해 작성한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충남 부여읍 재보궐선거 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5일 오전 결심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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