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공판을 지휘하던 박형철 검사(47·연수원 25기)가 좌천성 인사에 대한 항의성 사퇴로 떠난 가운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다음 기일을 오는 3월로 지정하면서 '재판지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5차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이번 사건에 참고할 '3군사령부 대선개입 의혹 사건' 판결이 선고돼 그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음 기일을 두 달 뒤인 3월14일로 잡았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국정원 일탈여부 등을 다시 판단하려는 것은 결국 무죄의 결론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결론에 끼워맞추기 위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소지가 크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또한 "다음 기일 전 재판부가 (대법원 인사로) 바뀔 수도 있는 마당에 다음 심리를 3월에 진행하자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 변경소지가 있다면 일주일에 2~3번씩 심리를 해서라도 변경 전 심리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렇게 반발한 데에는 법관 정기 인사가 2월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 재판부가 사건을 맡을 경우 판결 선고는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어 검찰로서는 공판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광범위한 증언거부권 행사에 대한 처리를 두고 검찰과 또 한차례 갈등을 빚었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 내부에 증거가 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론됨에도 국정원은 검찰과 재판부가 신청한 사실조회에 회신을 해주고 있지 않은 반면 변호인에서 신청한 자료에 대해서는 방대한 분량을 여러 형태로 취사선택해 보내주고 있다"면서 "일관되게 출석을 거부하던 국정원 증인들이 어느 날부터 일제히 출석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련의 상황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재판부의 답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이어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을텐데, 만약 아니라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증인의 (댓글)활동 내용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인 본인의 형사소추여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판단에 도움이 된다면 신문은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 상태에선 증인이 판단할 사안이지 강제력을 동원할 사안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에 검찰은 "기각사유를 공판조서에 남겨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그게 요청할 수 있는 내용에 포함이 되느냐.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거나 하는 것이 요청내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재판부가 답변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공판조서에 남겨) 공방을 통해 절차진행의 적절성을 다투겠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은 이어 "다툼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 국정원 회신은 재판부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유력한 자료로 쓸 수밖에 없는 자료인데, 이를 다툼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당연한 기회를 안 주셨으니 공판조서에 남겨달라"고 촉구했고, 재판부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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