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자사 제품 소주 '처음처럼' 이미지를 훼손해 매출이 감소했다며 경쟁사 하이트진로 등을 상대로 벌인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33억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오선희)는 13일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와 한국소비자T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롯데주류에게 공동으로 3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국소비자TV가 허위 제보와 인터뷰에 기초해 방송을 한 후 하이트진로의 불법 마케팅이 시작됐고 결국 롯데주류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시간적으로도 근접하고 사회적 연관성 등도 인정돼 두 회사는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이트진로는 자사 광고대행사의 대표가 허위 내용이 담긴 만화 동영상을 올려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해당 방송 내용을 편집하고 예산을 투입해 불법 마케팅을 하고 허위 사실을 확대 재생산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2012년 3월~8월까지 6개월간의 감정결과에 따른 40억원의 추정분 중 하이트진로의 손해배상 책임을 30억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2012년 3월 이후 소주 매출액과 이윤 손실액 추정치에 따른 감정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같은 시기에 롯데주류의 강릉공장 개보수 작업, 이후 발생한 소주 침전물 발생에 따른 리콜사태 등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주류가 이번 소송 대응을 위해 쓴 변호사비용 일부인 2억원과 위자료 1억원도 배상액에 포함시켰다.
한국소비자TV는 지난 2012년 3월 '처음처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유해해 많이 마실 경우 위장장애와 피부질환,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방송 내용을 만화 동영상으로 축약해 일선 영업사원들에게 배포했다. 아울러 유해성 논란이 있는 '처음처럼' 대신 자사 제품인 소주 '참이슬'을 권하는 내용이 담긴 '처음처럼 독', '불법제조' 등의 표현을 현수막과 전단지에 기재해 영업에 활용했다.
이에 롯데주류는 '매월 0.5%~0.7%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시장점유율이 급감하면서 입은 매출 손실액과 훼손된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 쓴 광고비 등을 추산해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편,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소비자TV 제작팀장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정거래위회는 지난해 6월 '처음처럼'을 허위로 비방한 하이트진로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43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의 한 마트에서 '처음처럼'이 판매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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