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아육대)가 출연 아이돌의 안전 문제 때문에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 엑소의 시우민은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아육대'의 풋살 경기 녹화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입었고, 반 깁스를 하게 됐다.
◇'아육대'에서 부상을 당한 엑소 시우민. (사진=뉴스1)
MBC는 지난 2010년 추석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해 다양한 운동 종목으로 경쟁을 펼치는 프로그램인 '아육대'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추석 특집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성공을 거둔 '아육대'는 이후 매해 설과 추석에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녹화 시간이 길고, 참가 아이돌들의 부상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시우민에 앞서 빅스 레오, 인피니트 성열, 씨스타 보라, 에이핑크 보미, 갓세븐 잭슨, 샤이니 민호, AOA 설현, 마마무 문별 등이 '아육대'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입장에서 '아육대'는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육대'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돌들 중에는 스케줄까지 조정해 '아육대'에 출연하는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MBC가 '아육대'로 '갑질'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방송사와 스타 간의 힘의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 방송사가 스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상황에서 MBC가 인기 아이돌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아육대'를 방송사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방송사로부터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아육대'에 참가하는 아이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부상 위험도 있는데다가 스케줄을 통째로 빼야한다는 점에서 '아육대' 출연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음악 방송 섭외 권한 등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MBC는 출연 아이돌들의 안전을 위해 녹화 현장에 의료진을 배치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직업인 아이돌들이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운동 경기에 꼭 출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매해 부상자가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아육대' 녹화를 7년째 강행하고 있는 방송사의 고집 때문에 아이돌들이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육대'에 출전한 아이돌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하면서 소속사도, 팬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육대'에서 당한 부상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스타의 향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엑소는 오는 23~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일단 시우민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우민의 부상 소식이 알려진 후 일부 팬들은 '아육대' 폐지 서명 운동과 시청 거부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들은 명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친다. 새로운 기획 없이 인기 아이돌들만 부르면 높은 시청률이 보장되는 '아육대'를 포기하지 않는 방송사 때문에 매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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