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한 여야의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국가정보원 테러정보 수집 권한에 대한 이견은 논의의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외교부와 국정원, 경찰청 등과 '테러 위기상황 대처를 위한 합동 당정협의'를 열고 국내외 테러 피해현황과 테러방지법 제정 상황을 점검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도 야당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모습이다. 테러방지법은 안보와 안전보장이라는 이해에서 출발돼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국정원이 테러방지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그간 새누리당은 테러방지 활동의 컨트롤타워인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국정원장 소속으로 하고, 그 센터에 테러단체 구성원과 의심자의 통신, 금융거래 등 정보 수집을 위한 통신비밀보호법과 특정금융거래정보법(FIU법) 활용 권한을 부여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국내외 정보수집 권한 확대로 국가권력 남용과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가 커진다며 컨트롤타워 소관 기관의 변경과 정보수집 활동 등에 대한 외부감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쟁점법안 처리 방향을 밝히며 "통신감청과 금융정보 요구권을 국정원에 둬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그간 대선 개입,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등으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국정원의 정보수집 권한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은 협상 과정에서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국정원이 아닌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으로 양보했지만 테러 대응 활동의 핵심인 정보수집을 국정원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는 최근 국민안전처가 테러방지 활동의 주축이 되는 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더민주의 신경민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내에서 주도해서 (법안을 만들고) 안행위 위원들이 공동 발의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에서 지난달 초 법안을 새로 낼 테니 그것을 가지고 (협상을) 하자고 했는데 법안을 내지 않아 달라진 것이 없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국민안전처가 중심이 되는 법안을 (야당이) 낸다고 하는데 그런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야당안이 제시돼도 협상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외교부, 국정원, 경찰청 관계자 등과 테러위협에 관한 당정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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