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6일 기습적으로 행해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도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국정원 등 국내 정보기관 대북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이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 원장은 “북한은 작년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과 남쪽 갱도를 단기간 준비로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관리해 왔다”면서 “때문에 최근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로 볼 수 있는 특이 동향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어 “이전 핵실험을 하면서 이미 다음 (핵실험) 준비를 해 둔 듯하다”며 “거의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로 미리 준비해 둔 듯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원장은 “통상 북한은 과거 세 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관계국에 사전 통보를 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 등 어느 국가에도 통보를 안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황록 합동참모본부 국방정보본부장도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도 핵실험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할 정도로 기습적으로 실험이 진행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철우 의원은 “통보가 없었으니 주변국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북한에서 그걸 노린 것”이라며 “세 번이나 통보해 주었으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터뜨려 버렸으니 김정은의 노림수”라고 주장했다
신경민 의원에 따르면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국정원은 “(2013년) 3차 핵실험과 비교해 봤을 때 위력이나 지진파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수소탄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98년 인도의 수소폭탄 실험 실패 사례를 언급하고 “그때도 43킬로톤(kt, 1킬로톤은 TNT폭약 1000톤 위력)이었는데 지금 현재 (북한 핵실험) 위력을 봤을 때 수소폭탄일 가능성은 적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도 “북한이 첫 수소폭탄 실험 성공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이라고 발표했다”면서 “통상적인 수소폭탄이 아닐 수 있음을 내포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과 관련한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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